안녕하십니까. 지난 3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대한대장항문학회 제57차 학술대회 에서 최우수구연상을 수상한 은평성모병원 표대희 입니다.

제가 발표한 연구 주제는 대규모언어모델 (Large Language Model, LLM) 을 기반으로 구축한 인공지능 챗봇이 전이성 대장암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다학제 협진 접근법 (Multidisciplinary team approach) 의 결론과 높은 일치율을 보인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입니다. 연구에 사용한 LLM 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openAI 사의 chatGPT 4.0 입니다. 저는 chatGPT 3.5가 처음 일반에 공개된 2022년 11월부터 여러가지 용도로 chatGPT 를 활발하게 활용해오면서 연구에의 응용 방향을 늘 고민해왔습니다. 하지만 chatGPT 3.5 는 2021년 이전의 정보만을 바탕으로 구축된 언어모델이었기 때문에 최신의 의료 지식이나 기술 측면에서는 다소 부정확하거나 모호한 답변을 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chatGPT4.0 에서 이러한 단점이 극복되었고, 특히 사용자가 원하는 임의의 문서를 집중적으로 학습/입력하여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LLM을 손쉽게 개별화 할 수 있는 서비스가 공개되면서 의료 분야에 특화된 LLM 을 튜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서 본 연구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장암 다학제 협진 회의를 할 때마다 LLM 이 다학제 협진팀의 일원으로 참석하여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의견을 제시하는 상상을 해왔습니다. 나아가 LLM 은 다학제 협진 구성원의 어떤 역할도 대체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아이디에서 출발해 LLM 단독으로 다학제 협진 만큼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약 2년여 기간동안 삼성서울병원 대장암 다학제 협진 팀에서 다뤄졌던 케이스들 중 너무 뻔하지 않은, 비교적 난이도 높은 57 case를 선별했습니다. 이들 중 7 case 는 LLM 에게 문제와 정답을 미리 알려주었고, 나머지 50 case 를 LLM 에게 질문했습니다. 최선의 다음 치료가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단순하게 질문하는 방식으로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거나 가능한 여러 가지 옵션을 동시에 제시하는 정도로 모호한 output 을 보였지만, prompt engineering 을 통해 ‘집요하게’, 최적의 치료 전략 1가지를 결정하도록 유도하자 chatbot 은 MDT의 결정과 90.5% 에서 일치하는 대답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놀라운 점은, MDT 와 일치하지 않았던 몇 가지 case 에서 chatbot 은 total neoadjuvant therapy 나 immunotherapy 와 관련된, 국내에서는 아직 보험 규정 등으로 인해 널리 적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표준치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최신 치료법을 최선의 치료 전략으로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chatbot 에게 학습시킨 자료가 ASCRS guideline, NCCN guideline, ESMO guideline 등 주로 해외의 가이드라인이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료 분야의 decision making 은 결국 언어를 기반으로 의사-환자 혹은 의사-의사 간의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LLM 은 의료분야에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아가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그림, 동영상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생성하는 소위 ‘Large World Model’ (혹은 multi-modal model) 은 의료에 응용될 경우 다양한 의료 영상, 병리 슬라이드 등을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수준까지 작동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언어에만 접근할 수 있었던 AI 조차 이 정도의 높은 성과를 보인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AI 가 임상의를 대체하는 미래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