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72
EISSN 2384-2776 2024 WINT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가온누리란? 세상(누리)의 중심(가온데)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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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SCP 참관기

아주대병원
김창우

ASCRS는 두 번 참석해봤지만 ESCP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어 올해 초 Fellowship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한 번쯤 가보면 좋겠다는 느슨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막상 선정되니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 바로 북쪽 위치여서 주위의 염려가 많았고, 직항이 없는 빌뉴스를 오가는데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요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마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저를 포함해 세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참, 런던 St. Mark’s Hospital에서 올해 8월부터 연수 중인 계명대 배성욱 선생님까지 네 명이었네요. 혹시 오셨는데 제가 못 뵈었던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유럽 병원 견학에 관해서는 ESCP 측에 clinical trial과 MIS 분야에서 배울 만한 병원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런던의 St. Mark을 연결해줬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St. Mark은 Fistula 수술에 필수인 probe를 개발한 Lockhart-Mummery, fistula opening의 rule을 천명한 Goodsall, AJCC 이전 colorectal cancer의 staging을 담당하던 Dukes의 바로 그 Dukes 등 우리 분야에서는 조상 격인 사람들이 일해왔던 역사적인 병원이어서 기대가 컸습니다. 물론 런던-빌뉴스 거리를 생각하면 체력 소모도 컸고, 결국 ESCP 발표를 며칠 앞두고 감기몸살이 나긴 했지만요.


저희 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저 혼자 일하고 있어서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9월 27~29일인 ESCP 일정을 고려해 St. Mark은 25~26일 견학을 타진했습니다. 하지만 St. Mark에서 20~22일이 낫겠다고 통보해온 덕분에 예상보다 길게 다녀올 수 있었지요. 19일 런던 도착, 20일 Northwick hospital에서 처음으로 접한 영국 병원은 의사 파업으로 한가했습니다. 가장 senior급 consultant이자 ESCP에서도 주요 역할을 하시는 Miss Vaizey의 사과 연발, 3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파업이라서 미안하다고. 저는 skill이나 manage보다는 역사적인 병원의 분위기와 체계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답하고 당일부터 외래 참관, 다음날부터 이틀 간은 수술을 참관했습니다. 배뇨 장애와 만성 복통으로 찾아왔던 Ehlers-Danlos syndrome 환자가 기억에 남고, 수술은 대장암보다는 Crohn과 fistula 등 제가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사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1. St. Mark’s Hospital. Dr. Goodsall 의 사진 앞에서.

 

 

ESCP는 올해 6월 시애틀의 ASCRS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비슷한 말씀들을 하셨듯이, 인터넷의 발달로 새로운 발견들이 하루 안에 공유 가능해서 이제 새로운 것의 확산이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었지요. 미국 현지에 굳이 가서 들을 정도로 희귀한 내용이 별로 없었습니다. 수술 기법과 성적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가르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으쓱함이 있을 정도였고요. 다만 서양에 유병률이 높은 IBD, Anal cancer 등 몇몇 질환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이제는 각 나라들이 강점을 가진 부분들을 공유하고 대등한 파트너로서 협력하는 것이 향후 세계 의학의 방향성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내용 일부 + 기본적인 내용 다수’라는 포맷은 ASCRS 뿐만 아니라 이번 ESCP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학회여서 그런 건지, 원래 ESCP의 기조가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유일하게 구연으로 MSI status 관련 주제를 발표하신 배성욱 선생님, Dion Morton의 질문도 유려하게 답하시는 모습에 참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날 ESCP fellowship 발표는 참 아쉬웠는데요, 학회 전체의 마지막 날 마지막 세션인데다 다른 2개의 room도 진행되고 있어서 좌장, 발표자 (일본, 스페인, 그리고 저)까지 모두 15명 정도가 넓은 강의장에 띄엄띄엄 앉아있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fellowship이라는 주제를 유럽과 한국의 대표적인 surgeon, researcher를 소개하고, 관심 분야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single topic이 아닌 제 성장 이력을 발표에 담아냈는데, 정작 ESCP 내에서는 appendix처럼 취급되는 것 같아 향후 고민의 지점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도 듣지 않는 강의니까 적당히 준비하고 여행 다니라는 의미는 아닐 텐데 말이지요.


A few pieces of a jigsaw로 제목을 정하고 크게 넷으로 나눈 제 강의는 ‘어렸을 때는 surgical technique이 매력적이었다’, ‘지나고 보니 대장암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데 항암치료를 하면서 눈을 뜨고 clinical trial의 세계에 입문한 것’, ‘Biology is King (이 말을 했던 Blake Cady가 올해 7월에 영면했지요)에 꽂혀서 면역항암치료 중개연구를 시작한 것’, 마지막으로 ‘다시, 환자들에게 집중하면서 합병증, 생존율이라는 숫자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위엄과 삶의 질, 특히 well-dying과 terminal care’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해온 연구들을 소개했습니다. 결국 Jigsaw는 ‘대장암 극복’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유럽과 미국 등 앞서간 당신들 덕분에 우리도 잘 배워서 지금 세계 1위 생존율까지 기록하게 되었다, 전 세계가 협력해서 이 퍼즐을 완성해보자는 결론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청중이 몇 명이든, 최선을 다해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우리나라 대장항문학회의 대표로 보내주셨으니까요.

 

 


사진 2. ESCP 발표. 병색이 완연한 채로 Fellowship program에 대한 감사 표시 중입니다.

 

 

빌뉴스로 이동하기 전 주말에는 영국 축구 아스널-토트넘 전을 봤는데, 한국인이 축구 종주국 리그 팀에서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끄는 에이스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어 비싼 값을 지불했습니다. 눈 앞에서 본 손흥민 선수의 두 골은, 우리나라가 대장암 치료 성적 세계 1위라는 사실과 겹쳐 보였습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축구를 한국 선수가 부단한 노력으로 경지에 올랐듯이, 서구 의학에서 시작된 암 치료 기술을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배우고 익혀 경지에 오른 것과 비슷하지요. 청출어람입니다.

 


사진 3. 1572년에 건립된 영국 사학 Harrow school 앞에서 배성욱 선생님과 한 장.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강성범 이사장님과 박준석 총무님, Fellowship 프로그램 당사자로 선발해 주신 이윤석 국제위원장님께 감사드리고, 향후에도 우리 학회의 훌륭한 인재들이 참여해 우리나라와 우리 학회의 수준을 충분히 보이고 뽐낼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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