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 장날에 갔다.

단촌은 경북의 의성에 있는 면이다.

장날은 5일, 10일 장이다.
단촌에 간 이유는 어릴 때 그곳에서 놀았던 추억도 살펴보고
때 늦은 성묘도 할 겸해서 가는 길에 들렀다.
초등학교 때 방학이면 내려가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그늘에서 지내다가 온 곳이었다.

내가 간 2021년 09월 30일은 장날 구경하기에 늦은, 오후 1시가 넘어 갔는데 아직도 두어 명의 고추 장사가 팔고 남은 고추보따리를 펼치고 있었다.

2명의 고추 장사로 보이는 남자는 열 댓 근 정도의 말린 고추를 앞에 두었다가 내가 점심을 먹고 2시경에 나가 보니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장날 치고는 날씨가 너무 좋고 명절 뒤라서 그런지 손님이 날파리보다 수가 적었다. 늦은 장터에서 살 사람도 없지만 팔 사람도 없으니 더 한산했다.

식전에 언뜻 본 고추 장사의 상품이 잘 말려서 빛깔이 좋았고, 올해는 풍년이라서 그런지 값이 헐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아까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장을 한번 돌아볼 때
몸은 건장하지만 한 겨울에나 어울리는 검은색의 두터운 코트를 입은 중년의 여자가 시골 장터에 몇 가지 물건으로 전을 펴는 모습을 보았다. 여인은 짙은 썬그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안경알의 광택은 빛을 바랬고 긁힌 작은 흠이 많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입은 모습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아까 식전에 지나칠 때 보니 물건을 펴는 장소를 두고 어떤 중년의 사내가 여인이 차지하고 있는 처마 아래의 자리를 두고 뭔가 설명을 하는 것을 보았다. 자못 표정이 진지했다. 아마 여기서 자리를 잡으면 안돼니 처마 밖에다 전을 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여인은 눈치가 빨라서 두말을 하지 않고
“ 알겠니더” 하면서 옮기기 시작을 했다.

시골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나오니 여인의 물건은 처마를 벗어나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바로 옆으로 옮겨져 있었다.

시골 면 소재지에 살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거니와 요즘은 인터넷으로 주문만 하면 배달이 잘 되는 시절이라 장은 맥을 못 추고 사그라들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파장인 장터에 장사치들이 다 가고 남은 빈자리인데도 처마아래에는 함부로 전을 못 펴게 하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의 규칙들이 서슬 푸르게 살아 있음을 직감을 했다.

우선 배가 고파서 칼국수와 무청으로 만든 김치를 반찬으로 배를 채웠다. 씁쓸한 무청은 어릴 때 처음 먹을 때부터 적응하기 힘이 든 맛이었고 거의 50년이 지나서 다시 먹어도 역시 적응 안 되었다.
적응이 안 되는 맛이라도 거의 50년 만에 입안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 왔다. 다음 50년 뒤에 또 만나면 반가워 할 수는 있겠지만, 일상에서 자주 만난다면 지금처럼 반갑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씁쓸한 맛은 50년 주기가 맞을 듯하다.

식사를 하고는 오후 장터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장꾼인 여인에게 갔다. 내가 처음부터 여인에게 말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여인이 파는 물건에 호기심이 있었던 것인지 또는 오랜만에 오게 된 고향의 장날에 뭐라도 하고 난 뒤에 지난날의 기억에 덧칠을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크게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감정이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으나 몇 가지의 생각이 순서를 바꾸고 농도를 달리 해 가면서 나의 기분을 약간 좋게 만들고 먹은 칼국수와 함께 기운을 내게 하고 있었다.

행색이 좀 세련되지 못해도 명색이 장에다가 물건을 가지고 온 장꾼에게 물건을 사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것도 쨍쨍 내리쬐는 늦은 9월의 햇볕 아래서.
그리고 여인에게 물었다.

“이거 얼마에요”

빻은 고춧가루 3봉지와 깨 한 봉지
그리고 고구마 한 박스가 있었고
옆에는 조그마한 밤을 어설프게 깎아 속껍질이 드문드문 붙어있는 채로 한 사발 정도 비닐봉지에 담겨있었다.

여인은 반가운지 환한 미소로 반겼다.

그리고 가지고 나온 물건을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여기 나온 이유도 설명을 덧붙였다.

자기는 2015년 정도에 귀농을 했고 단촌 초등학교 근처에 사는데
소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고추와 깨 농사를 땅을 빌려서 하고 있고 소작료를 내어야 하는데 주인이 아파서 소작료로 준비한 물건들을 받을 시간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면서 그 물건들을 팔러 나왔다고 했다.

말이 너무 빠르고 내용을 알아듣기 힘이 들어 다시 물어도 2-3번 같은 말을 반복을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몇 차례 반복해서 듣고 나서야 여인의 상황을 대략이나마 짐작했다. 아직도 소작을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작이라는 말은 무청으로 담근 김치의 맛처럼 적응이 잘 안되는 느낌을 가져왔다.

그리고 여인은 상품을 소개했다. 고추는 24000원 한다고 했고 오늘 오전에 빻아서 봉지에 담았고 한 봉지에 2킬로(그람)씩 담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고구마는 한 박스 사가지고 왔고 밤은 산에서 주은 것을 깎아서 가져왔다고 했다

그리고 깨는 모두 2킬로(그람)농사를 지었는데 1킬로(그람)만 담아서 가져왔다고 하면서 깨는 27000원에서 30000원 달라고 했다.
나는 내심 깨는 27000원이면 사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흥정을 하다가 보니 여인은 30000원에 팔 요량을 하고 있었고 그런 생각은 요지부동이었다. 내가 27000원에 산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말 그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나의 순진한 가격흥정은 가을 땡볕에 수고하여 농산물을 팔러 나온 여인에게 한참 뒤진다는 것을 간단한 흥정 뒤에 단번에 알았다.
추억이나 담으로 온 사람과 생계를 잇고자 하는 사람의 차이는 몇 번의 대화로 엄청나게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고추 한 봉지와 깨 한 봉지 이렇게 2봉지에 5만원 하자고 하니 여인은 펄쩍 뛰면서 절대 그렇게 안 된다고 했다. 두 봉지에54000원을 달라고 했다.

보통 시골 장터에 흥정을 하면 그것도 파장에는 싸게 팔고 집으로 빨리 가려고 한다. 그리고 오늘같이 드문드문 오는 손님을 상대로 흥정을 하다가 손님이 가버리기라도 하면, 그날은 장사가 거의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장터에서 남은 장사꾼은 여인 한 명이고 살 사람은 나뿐인 것은 손바닥 만한 장터에 고개를 둘러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내 생각에 고추 한 봉지 24000원에 깨 27000원하면 합이 51000원이다. 어지간하면 1000원 정도는 깎아 주지 않을까 하고 짐작을 했는데, 웬걸 여인은 턱도 없다는 듯이 일언지하에 안 된다고 했다.
거기다가 24000원에 30000만원을 더하여 54000원이라고 가격을 불렀다.

나는 약간 놀랐다. 가격의 차이가 많이 났다.
여인이 돈이 급한지 아니면 상품에 대한 자신감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여인이 말한 가격을 다시 물어보면서 확인을 위해 계산을 시작하자 여인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느꼈는지 나에게 자신이 말한 가격을 되물어 보았다.

물어보면서 하는 내용이 “내가 고추 값을 얼마를 불렀니껴”
“그라고 깨값은 얼마라고 했니껴” 라고 약간 조심스럽게 천천히 말을 했다.

나는 들은 대로 천천히 대답을 했다.
“고추는 24000원 깨는 27000원에서 30000원이라고 했는데요”

“그라만 그게 얼마껴”
라고 하면서 여인은 계산을 하기 시작을 했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고추 값과 깨 값을 계산을 해 주면서 고추 값 24000원에서 깨값 27000원 더하면 51000원인데 50000만원하자는 말을 다시 해 주었다. 51000원이 가격이면 천 원 정도는 깎아주는 것이 거의 당연시되는 것이라서 나는 두 봉지에 50000원을 기대했다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이것도 흥정인데 내 속내를 다 보여 밑천을 드러낼 수는 없지 않은가.

원래 이런 말은 하지 않아도 눈치껏 1000원 정도는 깎아서 주인이 가격을 불러 주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보통 49000원에 9000원 깎자는 말은 못해도
51000원에 1000원을 깎는 것은 정찰제가 아닌 시골 장터에서 웬만하면 통용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몸으로 체득을 했고 살아오면서 이 정도 셈은 할 줄 안다. 60년 풍파를 겪은 우리나라 정서상 이런 것은 상식이 아닌가. 나만 그런가.

그때 보니 여인은 장사를 거의 해 보지 않았고 셈이 상당히 서툴렀다. 그리고 금방 했는 말도 잘 기억을 못했다.
드물게 오는 손님이 막상 눈앞에 오니 물건을 팔 생각에 반가워서 약간 흥분할 수도 있었다.
마치 술 한잔을 하고 나면 금방 한 말도 잊어버리듯이,
반가운 기분에라도 취하면 방금 한 말을 기억 못 할 수도 있다. 취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 아닌가.

다른 것은 기억을 못하고, 헷갈려도 여인의 머리에는 깨값으로 30000원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술 먹고 취해도 집에 찾아가듯이 여인의 종착지는 30000원이 확실했다. 27000원은 분명 아니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내가 얼핏 들었던 깨값 27000원의 희망은 희미해짐과 동시에 27000원을 주장하고 싶은 동력이 나의 입안에서 서서히 상실해 가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손님이 오니 반가워서 그런지 여인의 목소리도 컸고 웃음도 너무 환했다.
물론 여인은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방금 말한 가격은 기억을 못했다.
누구나 흥분을 하면 순간적으로 그럴 수 있어 이해는 되었다.

항상 웃으면서 하는 말이 자신감은 넘쳐 보였고 상품설명을 하면서 물건에 대한 자부심과 정성이 대단해 흔히 하는 말로 손님에게 먹혀들었다. 도회지에서 온 손님은 그 말에 서서히 먹히고 있었다.

여인은 점심 식사를 하고 급히 장터로 나와서 양치를 할 겨를이 없어서인지 말을 하고 웃을 때마다 건강해 보이는 누런 치아 사이로 밥알이 송글송글 박혀 있었다. 웃는 모습이 너무 밝고 환하여 밥알들은 흠은 되지 않았다. 튼튼한 치아와 어울리는 환한 웃음사이로 보이는 밥알은 상당이 굵었다. 그러나 밥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서로 없을 뿐 아니라 초면에 치아 사이의 밥알을 두고 말할 처지도 아니며 흥정에 좋은 분위기를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나는 쓸데없는 말은 아껴야 했다.

여인은 내가 물건을 흥정을 하는 폼이 더 살 것 같이 보였는지 고추 2봉지에 깨 한 봉지를 사면 얼마에 팔겠다고 가격을 제시를 했다.

그러고는 여인이 하는 말이 “가만히 있어 보자 그러면 이게 맞나 몰라” 하면서 손가락도 동원하고 휴대폰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부산을 떨었다.

아까 고추 한 봉지 깨 한 봉지 계산에서 흥정의 기세가 꺾인 나는 더 이상의 흥정은 나에게 힘 빠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여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추 3봉지에 깨 한 봉지는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여인은 한껏 들떠서 가격을 말하는 데 자세히 들어보니 여인은 나에게 고추를 두 봉지 정도만 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아마 그 정도가 이 손님의 구매력이 아닌가 하고 짐작을 하는 듯했다. 어느 정도 대화를 하니 이제는 서로의 상태를 파악한 듯했다.

나는 고추 2봉지를 살지 3봉지를 살지 확실하게 정하여 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당장에 손에는 들고 있는 몇 가지 물건이 있었다. 국수 먹다가 주인이 만든 도토리묵도 한 봉지 샀고 주영자마늘통닭도 한 봉지 들고 있어 더 산다면 들고 갈 손이 없었다. 여인에게 조금 있다가 차를 가지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
차는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두고 왔다. 왕복을 하면 길어도 10분 안에 올 것 같았다. 일단 차를 몰고 와야지 고추랑 깨를 싣고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차에 갈려고 하니 여인은 “조금 있다가 언제 오니껴” 라고 물었다. 나는 왕복해서 시간으로 10분 정도라고 숫자로 정확히 하기에는 시골장에서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어름 잡아 “조금 있다가요” 라고 다시 대답을 했다. 그러니 여인은 몇 번이나 언제 올 것인지 묻고는 조금 있다가 자기는 갈 거라고 하면서 은근히 손님에게 빨리 오지 않으면 사기 힘이 들 것이라는 심리적 부담감까지 주었다.

아까  흥정할 때와는 달리 언제 오겠다는 나의 대답이 여인이 느끼기에 약간 뜨뜻미지근해 보였다. 그러자 발걸음을 옮기는 나에게 이제는 약간 보채는 듯 말의 간격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물어볼 때마다 “조금 있다가요” 라고 하면서 반복적으로 대답했다. 달리 따로 할 말도 없었고 일일이 돌아보면서 얼굴을 향해 다시 온다는 확인을 해 주기도 힘들었다. 나의 등 뒤로 여러 번 들려오는 여인의 말에 나중에는 손만 들어주면서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했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면사무소와 보건지소가 있는 곳에 들러서 손도 씻고 식사 후의 양치도 했다. 여인의 입안 못지않게 내 입에서도 엄청난 양의 고춧가루와 음식물 잔해들이 나왔다.
여인이 말을 하면서 나의 치아 사이에 있는 음식물을 눈여겨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뻔뻔스럽게도 들지 않았다. 다시 여인에게 돌아가는 시간은 족히 15분서 20분은 걸렸다.

미풍과 섞인 햇볕이 배부른 몸을 감싸 돌고
차분히 흐르는 조용한 시골의 오후라서 차로 돌아갈 때
몸으로 느끼는 시간은 한참을 지난 것 같았다.

차를 몰고 여인에게 가니 여인은 이미 지나간 손님을 까맣게 잊은 듯했고, 차에서 내려 여인의 근처에 가도 몰라보았다.
아까 나의 대답 때문인지 손님이 돌아온다는 기대를 포기를 한 것 같았다.

다가가서 말을 건네니 그때서야
조금 전에 주고받던 분위기를 다시 살려내기 시작을 했다.

그렇게 반갑게 맞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장터에서 유일하게 남은 손님과 장꾼은 흥정을 다시 시작했다.

고추 3봉지에 깨 한 봉지 하면 얼마를 할 거냐고 내가 물어보니 여인은 10만원을 달라고 했다.

얼핏 계산을 해보니 십만원에다가 천원짜리 2장은 더 있어야 했다

물론 깨 값을 3만원으로 하면 그렇다.

손님 마음이야 파는 사람이 부른 값의 가장 낮은 값인 27000원으로 쳐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여기서는 파는 사람이 부른 가장 높은 30000원을 주는 것으로 이미 주인과 손님 간에 묵인이 된 흥정이라서, 이제는 10만 2천에서 2천원을 깎은 것도 마음에 쓰였다.
그리고 2천원이라도 더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고추 봉지를 검은 비닐에 한 번씩 더 싸달라고 하면서, 봉지 값으로 2천원을 드리겠다고 했다. 가끔 봉지 값을 받는 곳이 생각이 나서 그런 말을 했다.

여인을 알겠다고 하면서 검은 비닐봉지에 고추와 깨를 한 번씩 더 싸 주었다. 그리고는 나무 밑에서 주어서 설 깎은 조그마한 생밤을 기분 좋게 두 손으로 두 번이나 퍼 담아 검은 봉지에 넣어 주면서 이것은 진짜 맛있은 밤이라고 했다. 나중에 집에서 삶아서 먹으니 여인의 말대로 맛이 좋았다. 그리고는 팔려고 가져 나온 고구마 중에서 굵은 놈 2개를 집어 주었다.

서로의 흥정이 다 이루어지고 편안한 마음이 되니
시골 장터의 인심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실은 고구마도 나에게 팔려고 했는데 나는 집에 고구마가 있다고했다. 

내가 고구마를 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일찍 간파를 했는지 팔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고 그냥 고구마를 덤으로 주었다.

아마 흥정을 마치고 난 뒤에는 마음이 가는 만큼 뭐라도 더 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나는 집에 고구마가 있었지만 고마운 마음으로 집어 주는 고구마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주는 대로 기분 좋게 받았다.

그리고 신이 나서 자기가 판 물건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을 했다. 말하는 모습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고 신명이 실려서 듣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자기가 파는 고추는 농약을 하나도 치지 않았고, 깨도 농약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아주 잘 산 것이라고 하면서 상품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물론 흥정이 다 끝나고 물건과 돈이 오고 간 후였지만 굳이 본인이 판 상품에 신뢰를 더 얹어 주었다.

그리고 이 돈은 서울서 공부하는 고3 아이한테 보내 준다고 하면서 아이 자랑도 하면서 아이가 서울 시립대를 지원을 한다고 했다.
요즘 아들의 성적이 떨어져 신경이 쓰인다는 걱정도 했다.
나도 서울 시립대가 좋다는 것을 들은 바는 있어, 덕담으로 아이가 열심히 하면 기대하는 만큼의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인은 오늘 장날에 물건을 가지고 나오면서
어떤 도회지 사람한데 다 팔 것 같은 기대를 하고 왔는데,
나올 때의 바램처럼 생각대로 이루어져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뒤돌아 가는 나의 뒷모습에다가
즐거운 목소리로 듣기 예쁘게 덕담을 많이 했다. 반복해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복 많이 받으소”, “ 잘 가입 시 더”

오는 길에 트렁크에서 풍기는 고춧가루의 매운 냄새에 나는 재채기를 연신 했다. 비닐로는 고추의 매운 코 맛을 감싸는 것은 힘들었다. 운전을 오래 할수록 매운맛은 점점 농도를 더 해 코를 자극했다 .

밤늦게 집에 와서 아내에게 하루 있었던 일을 말했다.
장에 가보니 예쁜 아줌마가 물건을 팔길래 사왔다고 하니
처음에 예쁜이라는 말에 약간의 질투심을 나타내다가
아주머니의 사정을 듣고는 잘 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고추 가루와 깨는 집에 많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