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가온누리란? 세상(누리)의 중심(가온데)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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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드라마를 넘어 이제는 웹툰 시대

아주대병원 김창우


유독 한국인들이 즐겨하는 일들 중 하나가 따지고 들기인데요, 마술 쇼를 볼 때면 그저 순수하게 즐기려는 사람보다 속임수를 알아맞히려고 눈에 불을 켜는 사람들이 참 많지요. 의학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이 글을 보시는 여러 선생님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비의료인들이야 전문적인 분야를 신기해하며 재미있게 즐긴다지만, 우리 직업인들은 참 할 말이 많거든요. “어라.. 저기서 왜 저런 약을 쓰지?”, “외과 전공의가 연애할 시간도 있다니 정말 허구로군”.

신문, TV 밖에 없었던 대중 매체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뿐만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거리를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지요. 만화 싫어하시는 분들 없으실 텐데요, 만화 역시 그 옛날 종이책을 소비하던 시절을 지나 온라인 웹툰으로 우리 일상에 스며든 지 오래입니다. (그림 1). 오히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어 수지타산이 맞을 것 같으면 종이책, 즉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경우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니 플랫폼들 사이의 호환성과 파급력은 예전에 상상도 못했을 정도로 대단해졌습니다.

 


그림 1. 만화 출판사의 한 획을 그었던 월간 잡지 보물섬의 1982년 10월 창간호

전문 분야다 보니 많지는 않으나 의학을 다룬 웹툰이 종종 보입니다. 이 시간에는 고귀한 의업을 주제로 다룬 웹툰들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제가 만화 관련 업계 종사자나 전문가가 아니므로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감안해주시고, 아래 나오는 순서는 네이버 4편-다음 4편일 뿐 순위를 매긴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1.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네이버)
제목만 봐도 저희 병원 외상센터를 연상할 수 있어서 첫 번째로 소개드립니다^^ (물론 아주대도 외상뿐만 아니라 대장암으로도 널리 알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외상외과 의사가 한국의 여러 열악한 의료 여건을 극복하면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센터를 세워가는 과정을 잘 묘사했습니다. 만화적 표현이니만큼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 많긴 하지만 모두 한 번쯤 상상해보셨잖아요? 당장 눈앞의 환자는 죽게 생겼는데 급여냐 비급여냐, 삭감이냐 운운하는 무리들을 통쾌하게 혼내주는 장면.
독특하게도 글 작가가 현직 ENT 선생님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의학 분야 웹소설을 여러 편 썼고 그를 바탕으로 작화 (그림) 작가가 웹툰을 제작하는 방식이예요. 이 분은 내과, 정신과 친구들과 함께 유튜브도 활발히 하시더라고요.

 



2. AI 닥터 (네이버)
소개해 드린 김에 같은 글 작가의 작품 하나 더! AI 가 brain 에 이식되는 바람에 천재 의사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타의적(!) 출세 이야기. 계속 연재가 진행 중이어서 결말이 궁금한데요, 이 작가의 작품에서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고증입니다. 의학 드라마가 실제와 판이하게 다르면 의료 관계자뿐만 아니라 비의료인 네티즌들에게도 콕 집어서 비판을 받는 시대거든요.
의학 지식만이 아니라 병원의 시스템과 의국 분위기,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을 만나다 보면 허구인 줄 알면서도 빠져들어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답니다.

 



3. 내과 박원장 (네이버)
많은 의학 드라마나 영화가 묘사하는 여유롭고 풍족한 의사의 삶은, 사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진료과 입장에서는 가장 큰 허구지요. 이 작품은 판타지 허구를 전부 걷어내고, 소위 ‘바이탈’을 다루고자 애썼던 많은 선생님들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소위 ‘있는 그대로, 하이퍼리얼리즘’인데도 댓글들 중에 ‘에이 설마~ 의사들 잘 먹고 잘 사는데 만화니까 재미있게 표현한 거겠지~’ 처럼 실상을 모르는 이들에게 계몽 목적으로도 추천할 수 있겠네요. 내과 선생님이 작가이신데 preliminary 연재를 하시던 중 조회수가 많아지면서 정식 연재를 제안받으셨고, 바로 올해 1월부터 이서진 주연의 드라마가 상영됩니다. 실상을 접하면 속이 쓰리니 감상 중에 제산제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4. 닥터 프로스트 (네이버)
대장항문학회 선생님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신과와 심리학을 다룬 웹툰 자체가 없다시피 하고 의사가 아닌 작가가 철저한 자문과 고증을 통해 만들어낸 높은 퀄리티는 소개드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트라우마를 가진 이가 자신과의 화해와 싸움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동시에 다른 이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돕고 성숙함에 이르게 한다… 상처 입은 사람이 상처의 치유를 도울 수 있다… 비단 정신과 전공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정신줄 잡고 살아갈지 작은 힌트라도 얻는다면 충분히 정주행 할 가치가 있습니다. 참, 정주행이라는 말은 1편부터 끝까지 완독을 일컫는 은어로.. 이미 알고 계시지요?

 



5.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네이버)

엄밀히 의학 웹툰이 아니라 육아 과정을 재미있게 표현한 작품인데요, 아빠가 공대 출신, 엄마는 산부인과 의사여서 우리에게 친숙한 내용이 자주 나옵니다. 이를테면 여러 카더라에 대응하는 논리 중에 Level of evidence의 삼각형 그림 (모두 아시죠? 맨 위에 Meta analysis...)을 보여주며 코믹한 예시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지요. 완결된 작품인데 아직 무료이니만큼 얼른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6. 순정 히포크라테스 (다음)
갑자기 툭툭 튀어나와서 배꼽을 잡게 만드는 골드키위새 작가의 개그 코드가 저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터라, 신작에 히포크라테스라는 단어가 보였을 때 내심 걱정을 했습니다. 과연 의학 만화일까 개그 만화일까, 그리고 의학 만화는 처음인 듯한데 전문성과 스토리 모두 잘 잡아나갈 수 있을까.
기우였지요. 이야기가 탄탄한 만큼, 자문역인 여러 선생님들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을 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주된 흐름은 의대생들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덕분에 의사 생활이 아닌 의대생 시절을 피식 웃음 지으며 돌아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7. 닥터 브레인 (다음)
뇌 동기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아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만화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시즌1말미부터 본격적인 스릴러로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 현재까지는 말이지요. (아직 완결되지 않고 진행 중이거든요.) 심리학적인 상황 묘사와 대화보다는 타인의 뇌 동기화를 통해 얻게 된 기억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위에 소개해 드린 닥터 프로스트와는 맥락이 다르고,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가 되었습니다.

 



8. 다이어터 (다음)

제목이 표방하듯이 다이어트를 주제로 한 웹툰이어서 의학 만화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 체내 대사와 관련하여 기초학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얕지만 재미있게 묘사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사족으로 작가들 (캐러맬, 네온비)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도 하고, 이 웹툰 연재 시 결혼을 하셨다고 하네요. 이분들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연구와 공부를 통해 최대한 비전문가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데 도가 튼 느낌입니다. 어떤 작품이라도 작가명만 보면 믿고 추천할 만하기에 한번 언급해 봅니다.

 



9. 닥터 최태수 (다음)
웹툰의 춘추전국시대임에도 의학 웹툰이 거의 없는 형편이라 닥터라는 말만 보여도 얼른 클릭해서 살펴보는 편인데요, 젊은 의사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시즌 2부터 그림체가 조금 달라진 느낌인데 제가 전문가가 아니므로 노코멘트. 실은 그림체보다도 의학 관련 자문이 약간 필요해 보이더라고요. 수술 필드의 aseptic 개념 등 기본적인 오류가 반복적으로 눈에 띄기 시작하면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10. 딩스뚱스 (다음)
일상툰으로서는 충분히 재미있지만 의학을 주제로 다루지는 않아서 소개해 드릴까 말까 고민을 했던 작품입니다. 작가의 남편이 면역학 교수로, 만화 내용은 배우자의 미국-중국 유학 시절과 출산, 육아, 그리고 마침내 우리나라로 돌아와 일하게 된 (현재 경북 모 대학에서..) 과정을 그렸어요. 아주 미미한 부분이지만 면역학에 대한 짤막한 회차도 있고 기초연구하는 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공부하고 자리를 잡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특히 우리 외과의사들에게 기초 연구 전문가와의 협업은 필수잖아요?
 

 



11. 쇼피알 (청년의사)
청년의사 홈페이지에서 장기 연재 중이지요.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웹툰의 분류에 맞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시사만화에 가깝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 의사들의 현안과 목소리를 재치있게 담아내시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위 작품을 포함해서 응모한 세 편의 소재가 실제 만화로 그려져서 ‘글: 김창우’ 라는 타이틀을 보고 뿌듯했던 적이 있네요.

글을 마치며
재작년 섭외홍보위원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 대신 만화 제작을 한 적이 있었지요. 웹툰의 시대라지만 전체 웹툰 중 의학을 주제로 삼은 작품은 1%도 안되는 느낌입니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우리 분야를 비의료인들에게 친숙하게 소개하고, 나아가 의사들만 공감하는 많은 고충과 어려움들을 알리고 공감을 널리 얻을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한다면 웹툰은 꽤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만화가가 되면 입에 풀칠이나 할까 하는 생각은 정말로 옛날 이야기, 억대 연봉자도 수두룩하고, 그만큼 퀄리티도 높답니다. 웹툰의 세계에 들어와보세요.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습니다.


회차 분류명 제목 등록일자
64 나눔과 정보 의학 드라마를 넘어 이제는 웹툰 시대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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