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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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초보의 철인 3종 운동 입문기



새항운병원
이홍태

 

 


항상 몸이 피곤하다. 거북목으로 만성적인 뻐근한 목 통증도 있다. 이대로는 될 일이 아니다. 몸무게는 76kg (BMI 26.3)를 찍었다. 태어나서 평생 운동은 해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 공부하는 것이 미덕이었고, 대학교 다닐 때는 술만 먹었지 지금처럼 몸짱 열풍은 없었다.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까지 거쳐 봉직을 하게 된 당시까지도 술 먹는 데는 귀신이었지만, 운동과는 전혀 가깝지가 않았다. 하지만 봉직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생활이 규칙적으로 되며, 나이가 들기 시작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허리는 36인치까지 찍었으니... 이제 뭔가 운동을 좀 해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들었다. 언뜻 든 생각으로 자전거를 구매하기로 했다. 집 근처 삼천리자전거에 가서 거금 50만 원을 주고 자전거를 샀다. 이 자전거를 타고 대략 하루에 편도 13km 정도의 거리를 출퇴근하기 시작한 것이 나의 첫 운동이었다.


내 자전거는 족보가 없는 것이었다. 정확히 분류하자면 유사 MTB였다. 나 또한 운동 관련 지식이 전무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유사 MTB를 타고 뒷산도 올라보고 자전거 도로를 타고 인근까지 다녀보고도 했다. 모든 자전거 애호가들이 그렇듯이 처음에 휴대폰으로 위치추적을 하는 앱을 켜고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휴대폰 거치대를 자전거에 부착해서 다니다가, 결국 가민(GPS를 이용한 운동용 기록기기)이라는 자덕세계의 종착지에 이르게 되었다.


술은 매일 마시지만, 자출 또한 매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한겨울 영하 9도를 기록한 날씨에도 옷을 꽁꽁 껴입고 자출을 했으니 크게 운동을 배워서 훈련하지는 않았어도 꾸준하게는 했었다. 자출만 줄창하다보니 무료함이 느껴져 동호회에도 가입하게 되고, 한두 번 라이딩 모임에 나가다 보니 눈이 높아져서 진짜 MTB도 사게 되고, 로드도 사게 되었다.


살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고 주위에 조깅하는 사람들도 보여서 나도 뛰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때 체력장 이후로 제대로 달려본 적은 없었다.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200m쯤 달리다가 숨이 차서 100m를 걷는 식이었다. 그래도 자전거를 꾸준하게 탔던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달리는 거리가 조금씩 늘었다. 하여튼 운동이란 것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냐면, 하프 코스라는 것을 달려 보겠노라고 가민 시계를 틀어놓고 열심히 달려서 생애 최초로 20km를 달렸을 때, 기뻐서 혼자 손뼉을 치며 기록종료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하프 코스가 21.1 km였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고 얼마나 허탈해했던지... 그래도 조금씩은 계속 달렸고, 2018년 말에 첫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다. 10km 대회에서 48분 21초의 기록을 냈다. 정말 뿌듯했다. 내가 대회라는 것도 나가보는구나 하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내친김에 하프마라톤 대회를 나갔고 거기서 1시간 49분을 기록했다. 20대 초반의 수술실 직원과 함께 참가했는데 그 친구보다 빨리 들어오니, 아.. 대회가 꼭 1,2,3 등을 할 필요는 없구나.. 친구랑 같이 가서 내기해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면서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자전거도 하고, 달리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 수영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어렸을 때 3번이나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일종의 포비아에 걸려서 제대로 수영을 해본 적은 없지만, 내가 사는 곳이 부산인데, 태어나서 바다 수영은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자전거 동호회의 지인을 통해 바다 수영 동호회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해서 무작정 가입을 했다. 생전 처음으로 오리발을 차고 부이라는 것을 메고 바다에 들어갈 때 얼마나 숨이 차던지.. (실제로 차가운 바닷물에 머리를 넣으니 숨이 턱 막혔다.) 그래도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던 실력으로 꾸역꾸역 동호회 사람들을 겨울 동안 꾸준히 따라다녔다. 지금은 생각만 해도 그 추위... 한겨울 그 추운 날에 수영 후 바다에서 나와 걸을 때의 그 끔찍한 고통이 기억이 난다. 한 철만 경험하고 이후로는 추울 때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지만 말이다.


이렇게 3가지를 모두 따로 시작은 했으니, 갑자기 또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면 철인3종을 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지역에 동호회를 검색해서 철인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 정말 무지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쌩초보가 도전은 했는데, 그래도 반가이 반겨주는 사람들 덕에 적응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철인 3종 올림픽 코스 대회에 참석했다. 당시 기록은 수영 1.5km 41분, 자전거 40km 1시간 10분, 달리기 10km 43분이었다. 당시에도 수영이 너무 부끄러울 지경이어서 참석을 안 하려고 했다가 이끌려서 참석했는데, 역시 대회는 우선 참석하고 보는 게 정답인 것을 깨달았다. 꼭 포디움에 올라야 재미가 아니라 참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 속에 함께 어울려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지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완주한 기쁨은 그 무엇보다 컸다. 동호회의 한 형님이 말씀하기를 나이 사오십 먹은 사람들이 이렇게 한 숙소 잡아서 함께 자고 하는 것이 어디서 가능하겠느냐, 다들 각자 바쁘고 다른 인생들인데 대회 참석하는 목표가 있으니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그것도 참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대회에서는 간만에 동호회 사람들 중에서는(절대 전체 순위가 아님) 순위권을 한 형님이 대회 이후 며칠을 두고 여러 동호인들을 돌아가며 순방하면서 자랑을 해대는데, 어찌 보면 참 철이 없고, 어찌 보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한 주제로 재미있게 놀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2019년 10월 첫 마라톤 대회인 경주 동아마라톤 참석. 태어나서 42.195km의 풀코스를 뛰어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무작정 페이스메이커 하는 사람의 등만 쳐다보며 열심히 달렸는데, 32km 지점쯤 가자 거짓말처럼 허벅지 경련이 발생하며 멈춰 서버리는 최악의 사태가 생겨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이 '마라톤의 벽'이라고 하는 현상이었다. 글리코겐과 젖산, 탄수화물의 영양학적인 상관관계가 여기에 있었다니.. 그때부터 걷뛰걷뛰하며 겨우 종착지에 이르렀고 기록은 3시간 37분이었다. 그래도 클럽 내에서 중간은 가서 무시는 당하지 않았다.


이후 두 번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1시간 30분, 두 번째 풀코스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11분. 특히 두 번째가 여수 마라톤대회였는데, 낙타등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그 기록으로 칭찬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후 세 번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1시간 23분을 기록했고, 기록 자체는 계속 향상되어 흥미를 가지며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가 팬데믹 상황으로 번지면서 모든 대회가 취소되고 잠시 쉬어간다는 것이 오랜 세월이 되어버렸다. 서울 동아마라톤, 필리핀 세부의 철인3종대회, 고성, 구례 철인3종대회, 미대륙에서의 라이딩 계획 등 작년의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운동에 이제 재미 붙이기 시작한 입문자에게는 가혹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운동을 하게 된 이후로 체중이 많이 줄었고 건강해진 느낌이다. 최근 검진에서 허리둘레를 측정했더니, 70cm (27.5 인치). 체중은 61kg 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젠 옷이 안 맞아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어느 멋진 휴양지에 갔을 때 자신 있게, 바다에서 수영이 가능하다. 휴양지의 석양을 보며 조깅도 얼마든지..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모임이라고 하면 늘 술 마시는 것을 떠올렸는데, 이제는 함께 만나서 운동을 하고도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수많은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토크박스를 따로 마련한 기분이 든다. 운동이 3종이나 되다 보니 남들보다 이야기할 거리가 훨씬 많다. 커다란 대화의 주제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해본 적이 없던 내가 서브쓰리가 뭔지, 하프는 몇 킬로인지 주워듣다가 어느새 야소 800이니 LSD니, 빌드업 훈련이니 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니... 특히 작년 여름에 센터스노클을 없애고, 오리발을 없애고, 부이를 없애고, 마침내 슈트도 입지 않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게 되었을 때, 그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처음에 삼천리자전거를 사서 집 밖으로 나가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시작한 도전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는 철인 3종 경기라고 하면 다들 어렵게 생각하지만, 직접 도전해보니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고,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 미처 도전하지 못한 철인 아이언맨코스를 올해는 꼭 완주해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펠로우 시절까지 한 번도 운동을 한 적이 없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시절. 부울경지회에서 양산부산대 박병수 교수와 함께



첫 풀코스 마라톤 출전이었던 2019년 경주 동아마라톤


 

두 번째 풀코스마라톤 출전. 2020년 여수마라톤


광안대교까지 오리발 없이 슈트만 착용하고 처음 갔던 때. 그때의 감격은 남달랐다.


거제 칠천도에 위치한 옥계해수욕장에서, 맞은편 씨릉섬까지 처음으로 맨몸 바다 수영을했다.



달리기와 자전거를 병행하는 듀애슬론 대회에 참가했을 때



언양의 반구대로 투어 라이딩을 떠났던 때,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하는 라이딩 또한 항상 감동을 준다.


2021년 5월 지리산 화대종주 참가, 올해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집합 모임 제한이 어느 정도 완화되어 크고 작은 대회가 다시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최근 파도가 치는 송정해수욕장에서의 입수. 그날 참석자는 화려했다. 다들 수영 한 가닥씩 하는 엑스퍼트급. 과거를 돌이켜보면 내가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 비슷하게나마 함께 운동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바램이 현실이 되었다.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

 

 

 



회차 분류명 제목 등록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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