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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 야구를 하며
세브란스병원
요즘 퇴근길에 올림픽대로나 노들길을 지나다 보면 노량진수산시장 옆 야구장에 먼저 눈이 간다. 밝은 조명 아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뛰고,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른다. 그곳이 바로 내가 야구를 하는 노량진 야구장이다.
이곳에서는 노들리그가 열린다. 사회인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직장인들이 주말에 모여 가볍게 즐기는 운동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중 리그와 주말 리그가 모두 있고, 내가 뛰는 것도 주중 야간 리그다.
막상 들어와 보면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진지하다. 리그도 많고 팀도 많다. 게임원에 등록된 수만 보아도 265개 리그와 78개 대회가 열리고 있고, 3만 4천 개가 넘는 팀과 64만 명이 넘는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실력에 따라 리그가 나뉘고, 선수 출신 출전 여부나 배트 규정도 리그마다 다르다. 취미로 시작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누구나 자신의 기록과 팀 성적에 진지해진다. 그만큼 사회인 야구의 세계는 생각보다 치열하다.
생각해 보면 내게 야구는 언제나 정식 구장보다 운동장과 공터의 기억으로 먼저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는 테니스공이나 야구공 하나만 있어도 금세 경기가 시작됐다. 베이스는 책가방이나 돌멩이로 대신했고, 파울 라인은 대충 정해서 썼다. 규칙이 완벽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꼭 아홉 명이 다 모이지 않아도 경기는 시작됐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유니폼을 갖춰 입고 야구 동아리에서 공을 더 자주 잡게 되었다. 다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규격화된 야구장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고, 대부분 흙바닥 운동장에 베이스를 놓고 경기를 했다. 그때부터 언젠가 담장이 있는 정식 구장에서 홈런을 쳐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면서 야구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드문 오프에는 운동보다 쉬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야구는 텔레비전으로 보거나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함께 따라오는 기억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해 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2022년부터 주말 시간을 내어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다시 잡은 공과 배트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타석에서 날아오는 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예전 동작이 기억나는데 몸은 그 기억을 따라오지 못했다. 막상 다시 시작해 보니 예전에 갖고 있던 자신감은 오래전 기억 위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코치가 어색한 동작을 하나씩 고쳐 줄 때마다 야구를 거의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몇 달이 지나자 공을 던지는 감각과 배트에 공이 맞는 느낌이 서서히 돌아왔다.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다시 팀에 들어가 뛸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기까지 반년 남짓 걸렸다. 그러던 중 레슨을 받던 곳에서 자연스럽게 팀이 만들어졌다. 유소년 야구를 하는 아이들 아버지들이 중심이 되어 신생팀을 꾸렸고, 나도 그 팀에 합류했다. 팀 이름은 ‘Papas and Brothers’였다. 2023년부터 우리는 노량진 야구장의 노들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다.
처음 출전한 곳은 대체로 4부 리그에 해당하는 주중리그 B조였다. 창단 첫해였던 2023년,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9개 팀 중 4위라는 성적을 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에는 한 단계 높은 리그로 올라갔다. 2024년에는 팀이 주중리그 A조와 B조에 모두 참가했고, B조에서는 정규리그 우승과 플레이오프 우승을 했다. 개인적으로도 리그 MVP와 결승전 MVP를 받았다.
그런데도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하나 남아 있다. 정식 구장에서 홈런 한 개를 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뛰는 노들리그에서 홈런은 흔한 장면이 아니다. 나무배트만 사용할 수 있어서 금속배트보다 타구 비거리가 덜 나오고, 노량진은 위치가 좋아 수도권의 실력 있는 투수들도 적지 않게 모인다. 잘 맞았다고 생각한 타구가 외야 뜬공으로 잡히는 일이 드물지 않다.
문제는 내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노량진 야구장은 원래 노량진 수산시장이 있던 자리다. 시장이 옮겨간 뒤 철거된 공간에 야구장과 축구장이 들어섰지만, 이 일대는 이미 개발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도로가 놓이고 공동주택과 업무시설,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지금의 그라운드도 사라진다.
노량진 야구장이 없어지면 나도 사회인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다. 몇 년 남지 않았을 이 시간 안에 담장을 한 번 넘겨 보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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