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가온누리란? 세상(누리)의 중심(가온데)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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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항문외과 영역의 인공지능

고려의대
강상희



2022년 말 ChatGPT의 공개 이후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의 경이로운 발전은 의료계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동시에 막연한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구글의 의료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인 Med-PaLM 2가 USMLE 문제를 높은 정확도로 해결했다는 소식에, 세간에서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빨리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현재도 AI 기술의 격변이 계속되는 가운데, 양성 대장질환뿐만 아니라 대장암의 예방부터 진단, 수술, 항암치료, 예후 예측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우리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AI는 과연 우리의 영역을 잠식하는 위협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기회일까요? 외과의사의 경험과 직관, 그리고 섬세한 손기술은 AI로봇으로 대체될까요, 아니면 AI와 함께 진화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모든 대장항문외과 의사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AI를 외면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저는 본고를 통해 대장항문외과 영역에 적용되는 AI 기술의 최신 동향을 고찰하고, AI가 외과의사의 임상적 직관과 방대한 데이터를 이어주는 강력한 ‘다리’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AI의 의료 적용 현황과 한계

AI의 의료 분야 적용은 영상의학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은 폐 결절 검출이나 유방암 진단, 당뇨망막병증 스크리닝 등에서 전문의의 판독 능력에 필적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9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구글의 연구에서는 AI가 저선량 흉부 CT로 폐암을 판독할 때 숙련된 영상의학과 의사 6명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2020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유방촬영술(mammography) 판독에 AI를 적용해 위양성(false positive)을 5.7%, 위음성(false negative)을 9.4% 줄였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병리학 분야에서도 AI가 활발히 도입되어, 현미경 슬라이드의 디지털 이미지에서 암세포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등급을 분류함으로써 판독의 일관성과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 대장항문외과 영역에서 현재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단연 대장내시경 영상 분석 AI의 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AI 기반 컴퓨터 보조 진단(CADe) 시스템은 내시경 검사자가 놓치기 쉬운 작은 용종이나 편평한 병변을 실시간으로 탐지하여 선종 발견율을 유의하게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다수의 무작위 대조 연구(RCT)와 메타분석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발견된 용종이 종양성인지 비종양성인지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광학 생검(optical biopsy) AI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를 컴퓨터 보조 진단(Computer-Aided Diagnosis, CADx)이라 부르며, 최근 소개된 Fujifilm의 CAD EYE나 Medtronic의 GI Genius와 같은 상용화된 CADx 시스템은 5mm 이하의 작은 용종에 대해 90% 이상의 높은 음성예측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면서도 안전하게 용종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을 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 뒤에는 명확한 한계와 과제 또한 존재합니다. 첫째, 학습 데이터의 편향 문제입니다. 특정 인종, 성별, 지역의 데이터로만 학습된 AI는 다른 집단에 적용할 때 성능 저하를 보일 수 있으며, 이는 결과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양질의, 편향 없는 대규모 데이터셋 구축은 AI 모델 신뢰도의 핵심 전제조건이지만, 의료 데이터의 민감성은 이를 어렵게 하는 큰 장애물입니다. 둘째, 법적·윤리적 책임의 문제입니다. 만약 AI의 부정확한 진단으로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의 소재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AI 개발사, 데이터 제공 기관, 혹은 AI의 판단을 수용한 의사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사회적·법적 합의가 부족하며, 의료 AI의 법적 책임 소재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의사들은 AI를 활용함과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AI가 제시하는 진단과 예측은 때때로 놀랍도록 정교해 보이지만,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것이 확률에 기반한 추론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으로서 의사는 AI를 대할 때 더욱 엄격하고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최신 거대언어모델조차 사실과 다른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사는 AI의 답변을 맹신해서는 안 되며, AI가 제시하는 모든 의학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교차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AI의 제안에 대해 전문의로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의사의 몫입니다. AI는 어디까지나 참고 도구일 뿐, 우리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언어모델 기반의 조언을 구할 경우, 답변의 출처와 근거를 명확히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원문 논문이나 임상 가이드라인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환자와의 교감, 사회적 가치, 윤리적 고민이 어우러진 인간 의사의 결정이 최종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대장항문외과 영역에서의 구체적 가능성

위와 같은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대장항문외과 영역에서 AI가 열어갈 구체적인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우리 전문 분야에 적용될 AI 기술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술 전 계획 및 술기 지원: 복잡한 해부학을 다루는 대장항문외과 수술에서 AI는 외과의사의 또 다른 눈이 될 수 있습니다. 수술 전 환자의 CT나 MRI 영상을 딥러닝으로 자동 분석하여 3차원 가상 모델을 구축하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일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3D 영상 재구성은 종양의 범위와 주변 구조물과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어, 외과의사가 가상 수술 시뮬레이션을 통해 절제 범위를 정확히 계획하고 주요 혈관 주행을 미리 파악하게 합니다. 이를 증강현실(AR) 기술과 접목하여, 수술 중 복강경 화면에 실시간으로 환자의 3D 해부 모델을 겹쳐 표시하는 시스템이 초기 임상 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AR 내비게이션은 특히 직장암 수술이나 측방 림프절 절제술과 같은 복잡한 수술에서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여줄 보조 도구로서 기대됩니다.

2.  분자병리학적 특성 예측: AI는 일반적인 H&E 염색 슬라이드와 같은 기본 병리 데이터에서 고차원의 분자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이나 종양돌연변이부담(TMB) 같은 바이오마커를 별도의 유전체 검사 없이 표준 조직 슬라이드 이미지만으로 예측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병리 AI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유전자 검사를 부분적으로 대체하여 더 넓은 환자층에 맞춤 치료를 적용할 길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향후 병리 슬라이드를 AI가 먼저 스크리닝하여 “이 환자는 MSI-H일 확률이 높습니다”와 같은 의견을 제시하면, 필요시 추가 분자 검사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임상의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AI는 방대한 환자 집단의 병리 영상과 임상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함으로써, 특정 패턴의 암 조직 소견이 어떤 예후와 연관되는지 예측해 줄 수도 있습니다.

3.  예후 예측 및 위험도 평가: 수술 후 재발이나 문합부 누출 등의 합병증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여 환자별 관리 전략을 최적화하는 데 AI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학습 모델은 환자의 임상 정보, 영상 데이터, 병리 소견 등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변수들 간의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여, 인간이 직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개별 환자의 재발 위험이나 합병증 발생 확률을 정량적으로 예측해 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위험 환자에게는 보조항암치료를 생략하고 고위험 환자에게는 더 집중적인 치료 및 추적 관찰을 시행하는 등 맞춤형 전략에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임상의에게 근거 기반의 위험도 분류를 제공함으로써, 고위험군 환자를 선별해 조기 개입하고 저위험군은 불필요한 과잉 치료를 줄이는 방향으로 의료 자원을 최적화할 것입니다.

4.  교육 및 훈련에서의 혁신: AI는 외과 교육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가상현실(VR) 수술 시뮬레이터에 AI를 접목하면 훈련받는 외과의의 술기를 자동으로 평가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며, 일부 기관에서는 이미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과거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던 수술 술기 전수가 더 표준화되고 객관화될 수 있으며, 교육 효과도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전공의들은 숙련된 교수의 수술 영상과 자신의 영상을 AI를 통해 객관적으로 비교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AI 기반 시뮬레이션 훈련은 경험 많은 외과의사의 주관적 평가에만 의존하던 과거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수련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AI 시대, 대장항문외과 의사의 새로운 정체성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외과의사의 정체성이 전통적인 '기술의 장인(artisan)'을 넘어, '데이터 해석과 통합의 지휘자(conductor)'로 확장될 것을 요구합니다. 물론 환자에게 정교하고 안전한 수술을 집도하는 능력 자체는 여전히 외과의사의 핵심 역량입니다. 그러나 미래의 외과의사는 단순히 수술방에서 메스를 잡는 기술자에 머무르지 않고, 수술 전후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AI의 분석 결과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종의 ‘임상 데이터 지휘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AI가 의료 데이터의 패턴을 포착해 줄지라도, 그것을 임상적 맥락과 결합하여 의미 있는 통찰로 이끌어내는 것은 결국 의사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내시경 진단부터 수술과 항암치료까지 환자 치료의 전 주기를 담당하는 대장항문외과 의사의 특성상 이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가 AI를 최종 결과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생각합니다. AI의 환각 현상은 차치하고라도, 대장항문질환 치료의 전문가이자 최종 결정권자로서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모든 결론은 오롯이 대장항문외과 의사 자신의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첫 번째 원칙입니다. 우리는 AI를 결과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써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 중 하나는 코딩(coding)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코딩이 컴퓨터 공학자의 전문 영역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의료진도 AI 코딩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아 훨씬 낮은 진입장벽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복잡한 문법을 일일이 외우지 않아도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작성해주는 시대입니다. AI의 도움으로 개인의 간단한 연구 아이디어를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앱으로 구현해볼 수 있고, 대량의 데이터를 다룰 수도 있습니다. 가령 Python 등의 언어로 전자의무기록(EMR)에서 필요한 환자 데이터를 추출하고 정리하며 통계 분석하는 스크립트를 작성할 수 있다면, 번거로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숨겨진 연구 아이디어를 즉시 검증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ChatGPT와 같은 LLM에 의료 데이터를 조합하여 연구 아이디어와 분석코드를 물어보거나, 간단한 병원 홍보 홈페이지를 코딩해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며, 이미 많은 임상의들이 실천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AI 시대에 외과의사는 데이터의 주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AI가 결국 외과의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피상적인 질문보다, “AI와 협업하는 외과의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를 자문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이 AI라는 새로운 다리 위에서 임상적 직관과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때, 비로소 대장암을 포함한 대장항문질환 정복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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