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가온누리란? 세상(누리)의 중심(가온데)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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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ful Failure: My Experience in the Field of Medial AI

서울의대
신루미

의대교수로서 교육, 연구, 진료 그리고 응급진료까지 하기에 부족한 시간과 정신적인 여유는 가족 특히 자녀와의 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박봉의 봉직의 자녀들의 유일한 장점은 부모를 따라서 해외에서 1년 또는 그 이상 체류하는 경험을 가지는 것이란 이야기도 들었다. 이에 내가 연수를 결심하게 된 동기는 새로운 분야에의 호기심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그 시간들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 나의 삶의 방향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또한, 출산 휴가 이후로 한 번도 편안하게 여유를 가지고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 아들의 사춘기가 걱정이 되기도 했기에 우리 모두가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연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내가 연수를 결심할 즈음, 남편이 이직을 하여 동반연수를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서운함을 뒤로하고 나는 연수를 진행하였다. 연수의 목적이 이렇듯 몹시 개인적이었다.

나는 2021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미국 플로리다, Jacksonville에 위치해 있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AI& Informatics Department에서 연수를 하였다. 여유로운 시간들을 즐기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기도 했지만, 의사가 아닌 삶을 한 번 살아 보고 싶기도 했다. 가끔 해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안 배워서 그렇지, 나에게 프로그래밍의 재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헛된 생각으로 Informatics lab을 선택을 하였다. 연세의대의 강정현 선생님이 다녀왔던 lab의 PI이신 황태현 박사님을 소개를 받았다. 내가 연수를 준비할 때는 Cleveland Clinic에서 Mayo Clinic으로 옮기는 과정에 있던 상태였고, 내가 갔을 때는 lab의 방향성이 불분명한 상태였다. 몹시 혼란스러운 상태였지만, 일장일단이 있었다. 연구원들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았기에, 나의 배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많았다. 매주 열리는 랩미팅과 저널미팅에 참석하여 새로운 분야의 연구들이 어떤 것이 있는 지에 대해서 배웠고, 의사가 아닌 computer scientist들이 뭘 모르고, 뭘 아는 지를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임상에서 환자를 보면서, 특히나 외과의사로서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고, deep learning algorithm을 돌리기는 어려우나 그들과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떻게 협업을 할 수 있는 지를 배웠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자와 데이터를 가공하는 자의 입장의 차이를 배웠으나, 데이터를 제공하는 자로서 어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Jacksonville은 플로리다의 북동부에 위치해 있는 도시로서 범죄율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Mayo Clinic은 도심이 아닌 여유로운 동쪽 해안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 낮은 건물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주차장이 여유로우며, 상대적으로 고령의 환자들이 많은 병원이었다.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개인용 노트북 및 dock을 이용해 듀얼 모니터 및 키보드에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내 자리는 감동이었다. 개인용 컴퓨터 역시 취향에 따라 윈도우용이나 맥북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나와 같은 비정규직 researcher조차도 선택권이 있었다.이 외에도 연구를 위한 지원시스템이 탁월하고 직원들이 몹시 친절하였다. 한 번은 Deep Learning Virtual Machine(DLVM)에 있는 자료를 내가 모두 날린 적이 있었는데, 연구를 하는 computer scientist들 이외에 병원시스템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연구를 위한 시스템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었다. 회의실마다 설치된 다양한 종류의 어댑터들도 소소한 감동이었고, 모든 스텝들에게 제공된 높이조절 책상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한국에서는 스텝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예산 부족 및 형평성으로 인해 높이조절 책상은 안 된다는 총무팀의 이야기를 들었던 지라 더더욱 부러웠다. 동시에 연구 자체를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유수한 병원에서 훌륭한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이러한 연구환경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원하는 좋은 환경은 갖춰 주되, 연구비 수혜 등 확실한 결과를 보여 달라는 시스템이긴 해서 이 역시 일장일단이 있는 듯 했다.

나와 가족들은 안전과 학군을 고려하여Mayo Clinic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약 20분 가량 남쪽으로 내려 와야 도착할 수 있는 Saint Johns County에 살았다. 미국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한적하게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거나,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가끔 경찰이 방문하는 큰 집들이 있는 동네를 선택하였다. 이 때 아니면 내가 언제 이런 house에 살아보겠냐는 생각으로 덜컥 계약을 하였으나, 잔디 깎기 및 집 앞 도로 청소 등의 관리가 모두 임대인의 책임이어서 할 일이 엄청 많았다. 연수를 시작하기 전에는 미국에 회식이 별로 없다기에 미국사람들은 다들 저녁에 일찍 퇴근해서 심심할 텐데 뭘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해했다. 주말에도 퇴근 후에도 해야 할 집안 일들이 천지였다. 차고를 열고 세차를 하거나, 잔디를 깎을 때 주로 만나는 동네 아저씨들과 괜한 동료의식이 생겨서 안부를 주고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듯 하다.

연수를 미리 다녀오신 선생님들의 조언은 일관되었다. 무엇보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골프를 꼭 열심히 치다 와야 한다고 하셨다. 이에 플로리다의 지리적인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동네 골프장에 가족회원 등록을 하고, 청소년기에 접어 든 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골프장에 다녔다. 골프가 좋은 게 아니라, 처음으로 오랜 시간 ‘대화’라는 것을 할 수 있었던 그 오가는 시간이 좋았다. 다섯 시간 동안 같이 골프를 치면서 아들과도 친해졌지만, 우연히 골프장에서 만난 많은 미국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친구가 되었다. 한국 교민이건 연수자 건 간에 한국사람이 절대적으로 적은 그 지역에서 가끔 외롭기도 했지만, 나와 다른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내가 한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귀국하기 전에 내가 살던 플로리다에서 대륙을 횡단하여 LA로의 여행을 한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대륙을 횡단하면서 각 지역의 차이를 확연히 느꼈고, 자연환경과 인접지역에 따른 문화의 차이가 흥미로웠으며,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궁금해 졌다. 그제서야 ‘지리의 힘’에 나온 내용들이 이해가 되었다. 이외의 미국은 보스턴이나, Arizona의 native American reservation등의 역사적인 장소를 제외하고는 여기도 저기도 그냥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미국이었다.

일년 삼 개월 간의 연수는 나에게 많은 걸 깨닫게 해 주었다. 일 년을 수술도 없고, 환자들도 안 볼 수 있는 곳에서 열심히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해커가 될 만큼은 아니지만, 원하는 연구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Deep Learning을 이용한 연구를 하기까지 엄청난 단순작업이 필요함을 알았고, 단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실습을 좀 해 본다고 자유자재로 코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응급수술이 문제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일에 치여서 허덕이는 내 인생에 회의가 들었으나, 아무도 나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미국에서도 이것 저것 일을 만들어서 하느라 허덕이는 나를 보며, 모든 상황은 나에게 달려 있었다는 아주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연수는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전화점이 된 듯 하다. 정신없이 달려오는 인생에서 잠시 나를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 드리며, 나의 연수기를 마치고자 한다.

 
회차 분류명 제목 등록일자
70 해외연수기 Successful Failure: My Experience in the Field of Medial AI 2023-08-04
70 해외연수기 2023 ASCRS Annual Scientific Meeting 참관기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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