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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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수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화순전남대병원 김창현


며칠 전 우리 대학의 한 후배 교수님과 만나서 보스턴에서의 생활과 연수에 관한 몇몇 절차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벌써 1년이 지나서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 교수님이 너무나 부러웠다. 연수를 떠나기 전 나처럼 많은 것이 궁금하고 불안할 터이지만, 잘 다녀올 것이고, 한층 성장해서 돌아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해외 연수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절차를 알지도 못했고, 바쁜 일상에 그저 언젠가 가겠지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구체적인 일정도 없었고 행선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미국 Harvard medical school 의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로 연수를 다녀왔던 경북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의 박준석 교수님의 연락으로, 당시 PI 였던 이학호 교수님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학호 교수님은 exosome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였고, 여러 국내 연구자의 초청으로 한국에 잠시 방문해 국내 여러 대학을 순회하며 강의 중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액체 생검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실제 외과학회에서도 비슷한 주제의 연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저녁 만찬 때 잠시 직접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연수의사를 밝혔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미국에서의 서류 절차는 느리고 가끔 몇 달이 걸린다는 얘기를 먼저 다녀온 교수님들에게 들었던 터라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MGH의 담당자는 아주 부지런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이후 관련 서류를 받고 절차를 진행하는데 여유롭게 임할 수 있었다. 이후 미국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참 반가웠고, 그녀 (Serena)도 너무 반갑게 응대를 해준 것이 지금에도 기억에 남는다.

이메일을 통해 병원 서류 절차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고,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는 과정까지는 별다른 탈이 없이 잘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현지에 집을 계약하고, 차를 구매하고, 은행계좌, 전기, 전화, 인터넷 등을 연결하는 것은 아마도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과 전공의 전임의 주니어 교수로서 일하는 동안 집안일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고 살았던 내가 진짜 가장?의 역할을 하려고 하니 쉽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말도 잘 안 통하고… 아마 마지막으로 정착 과정에서 했던 일이 아이들 학교에 보내는 일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살았던 Newton 교육청으로 가서 담당자와 상담하고, 아이들은 level test를 받았다. 막내가 문제가 너무 어려웠던지 눈물을 흘리는데 부모로서 애달프기도 하고, 향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되었다. 2주 후, 학교를 배정받고 방문했는데, 선생님들이 참으로 반갑게 맞아주고 설명도 잘 해 주었던 것 같다.

내가 있었던 Ralph Weissleder 교수님과 이학호 교수님 lab 에서는 exosome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었고, 특히 전임자들이 대장암, 유방암, Glioblstoma multiform (GBM) 등에 대해 많은 선행연구를 하여 참고로 할 수 있는 data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기존에 EV (extracellular vesicle, exosome) 를 분리하는 초고속 원심분리 (ultracentrifuge) 방법이 아닌 electrochemiluminescence (ECL) 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특히 동시 다중 분석을 위한 플랫폼 제작에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국내에 있을 때 참여하고 있었던 진행형 대장암의 수술 전 항암요법 다기관 연구에 등록된 환자 샘플을 통해 exosome 을 이용한 종양반응을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현재 대장암의 표준 치료는 수술 후 보조항암 요법이나 다른 많은 고형암에서와 같이 진행형 대장암에서 수술 전 항암치료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10개 정도의 다 기관 RCT 가 진행중이었다. 수술 전 FOLFOX 항암치료를 4회 실시한 후 수술을 시행하고 이후 8회의 추가 치료를 하는데, 보통 10% 정도에서는 Complete Remission (CR) 이 생기기도 하고 70-80% 의 환자에서 다양한 tumor response 를 보인다. 현재는 이런 반응을 예측하는 biomarker 가 전무한 실정이라 exosome 을 통한 연구를 제안하였고, ECL 플랫폼으로 측정 및 분석을 진행하였다 (사진 3). 임상만 참여하던 외과의사라, 대장암 세포주를 culture 하고, exosome 을 분리하여 정량화하는 실험은,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직접 해보니 쉽지 않았다. 현재는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데 몇몇 marker 가 의의를 보여 향후 논문 작성 및 후속 연구를 기대하고 있다.

상당히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다. 대학이나 병원 내에 있을 때, 주로 만나거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협소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내가 있던 lab은 생물학, 물리학, 화학, 기계공학, 컴퓨터 공학 및 나와 같은 임상의사를 포함해 그동안 한 번도 같이 할 수 없던 연구자들과 매주 미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학문적 경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모습은 수동적인 의과대학 교육에 익숙한 나에게는 너무도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Harvard Medical School 과 MGH 는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의료 연구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기관과 MIT 등을 포함한 지역 내 바이오 연구 역량은 미국 내 최고로 추정된다고 한다. 2016년 자료만 보아서도 San Francisco bay area 나 Newyork 지역 내 바이오 연구비의 2배 정도로 추산된다고 했다. 약 두 달간 lab 이 폐쇄되어, 지역 내 한인들과 골프를 많이 쳤는데, 대부분 근처의 bio, 스타트업, 또는 Google, Apple 같은 기업에 근무하는 분들이라, 견문을 넓히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6개월 정도 더 있으라던 이학호 교수님의 제안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연유로 1년 만에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다. 연수기를 쓰는 지금도 미국에서의 생활이 많이 그립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년간 진짜 가장의 역할을 하고, 아이들과도 많이 가까워졌던 것 같다. 1년 미국 특정 지역에서 지내본 내 경험이 얼마나 Appeal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저하는 여러 선생님들께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는 푸르스트의 말대로 조금은 식견이 넓어진 느낌이다. 끝으로 연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이재혁 학장님, 외과 김형록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선후배 선생님께 늦게나마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회차 분류명 제목 등록일자
64 해외연수기 해외 연수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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