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가온누리란? 세상(누리)의 중심(가온데)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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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개론

 

 

 

아주대학교병원
김창우



1년을 훌쩍 넘겨버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맞게 된 변화 중 긍정적인 것 하나를 꼽자면 집 안에서 보내게 된 많은 시간일 것입니다. 물론 전 지구적인 재해를 맞아 강제로 얻게 된 것이긴 하지만, 이왕 주어진 시간을 가치 있게 활용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그중 하나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들을 좀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사실 보드게임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스토리를 풀어놓자면 지면이 모자라기에 Methods 건너뛰고 곧바로 Results로 가겠습니다. 적어도 대화가 가능한 나이여야 게임을 할 수 있을 테니 최소 4~5살 이상을 기준으로 하지요.

 

 

사진은 저희 집에 있는 보드게임들입니다. 지인들에게 빌려준 것, 기증한 것, 중고로 판매한 것들 포함하면 35개네요 (이하 그림들 대부분은 제가 게임 구매 시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 다이브다이스 (https://www.divedice.com)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1. 미취학 아동과 함께 즐길 만한 게임 (4~7세)


1) 스머프 사다리 게임 / 메모리 게임 사다리 게임은 아주 고전적인, 주사위 던져서 몇 칸 갈지 결정되고, 단순히 먼저 목적지에 도달하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성질 급한 우리 외과 의사들, 빨리빨리 끝내려고 말들을 얼른 움직이는 대신 자녀들이 덧셈해가면서 직접 옮기게 해주면 어떨까요? 메모리 게임은 스머프 24쌍씩 총 48장의 카드를 늘어놓고 2장씩 뒤집어 가며 짝을 맞추는 게임이죠. 꼭 스머프가 아니더라도 같은 콘셉트의 메모리 게임이 꽤 많이 있습니다. 단기 기억력을 테스트해보세요! 생각보다 헷갈립니다.



 

2) 치킨차차
메모리 게임 이야기 나온 김에, 단기 기억력을 이용해서 수건돌리기 같은 원형 레이스로 상대방을 쫓아가는 닭들의 행진인 치킨차차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비슷하다면 오랫동안 끝나지 않을 수도…



 

3) 할리갈리 / 할리갈리 주니어 – 수많은 시리즈들이 있습니다.
한 장씩 차례로 카드를 내다가 같은 과일의 합이 5가 되는 순간 가차 없이 종을 땡! 놓여있는 모든 카드를 쓸어가고, 조금만 늦어도 친구의 손등을 짝! 게임 후에는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보다 연령대가 낮은 어린이들을 위한 할리갈리 주니어는 숫자 합을 계산할 필요 없이 캐릭터의 색깔과 표정만 보고 종을 칠 수 있습니다. 승부욕 강한 아빠들, 모르는 척 자녀들이 종을 칠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눈치 없이 이겨댔다간 자녀들은 울고 아빠들은 엄마표 스매싱을 맞을 테니까요.

 

 


4) 코코 바나나
카드에 따라 헝겊 바나나로 상대방의 머리를 때리거나, 코코넛 바가지로 막는 게임으로, 게임을 통해 합법적으로 쥐어박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합니다만,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후훗.


 

5) 젠가
두말할 필요 없는 블록 게임! 너무 유명해서 고유명사처럼 쓰이지요. 차례마다 하나씩 나무 블록을 빼다가 무너지면 끝. 아예 동일한 콘셉트에 이름만 다른 제품들이 많은데, 단순한 게임이니만큼 꼭 오리지널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네릭도 쓰세요.



 


6) 텀블링 몽키
층층이 꽂혀있는 막대를 하나씩 빼면 매달려 있던 원숭이들이 하나둘 땅으로 떨어집니다. 누가 더 원숭이를 적게 떨어뜨리나 가슴 졸이다가 마지막엔 우르르~

 


 

2. 초등학교 저학년


1) 다빈치 코드
흰색, 검은색의 숫자가 0부터 11까지 있습니다. 규칙에 따라 나만 볼 수 있도록 세워놓는데, 차례차례 상대방의 코드를 알아내는 게임이지요. 저학년 어린이들이 숫자의 순서와 크기, 규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증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답니다.


 

 

 

2) 우봉고 / 루빅스 레이스
우봉고는 12개의 서로 다른 모양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누가 더 빨리 맞추나 경쟁하는 게임입니다. 4인까지 가능한데 평면을 넘어 몇 년 전에는 3D로도 나왔습니다. 루빅스 레이스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보시면 ‘아~ 이거!’ 하실 텐데요, 25개의 칸에 6종류 색깔의 블록이 4개씩 있고, 특정한 모양을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1:1 게임이라는 단점이 있지만요. 여하튼 이 2개의 게임은 아이들의 공간 지각 능력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겁니다 어머님들.



 


3) 셋셋셋 (이미지 출처 – 행복한 바오밥)
빙고 잘 아시죠? 셋셋셋은 3 x 3, 총 9장의 카드가 놓인 판에, 여러 기준 (색, 알파벳, 그림)으로 빠르게 빙고를 만들어가는 게임이에요. 자기 카드를 가장 먼저 내려놓으면 승리!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카드들이 놓이면서 판이 바뀌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4) 리틀 드래곤
3부터 9까지 숫자가 매겨진 드래곤 칩을 규칙에 따라 모으는 게임입니다. 단순히 개수만 많다고 승리하는 것이 아니어서 일정한 규칙과 전략에 따라 승부에 임해야 하지요. 게임 시간이 짧은 편이고 부피가 작아 여행 다닐 때 갖고 다니셔도 좋답니다.



 

5) 라비린스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로 안에서 보물을 찾아 먼저 탈출하면 승리! 공간지각능력 외에도 ‘이 블록을 넣으면 다음 모양이 어떻게 될까?’ 유추할 수 있어야 보물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3. 초등학교 고학년


1) 딕싯 – 여러 확장판이 나와있어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그림 카드를 보고 알듯 말듯한 힌트를 내고 서로 맞춰보는 게임입니다. 내가 낸 문제를 모두가 맞춰도 안 되고 모두 틀려도 안 되거든요. 국가고시 출제와 비슷할까요? 같은 그림을 보고도 수많은 상상력이 우리 아이들 머리에서 나오는 걸 보면 경이롭지요. 대화하듯 정적인 게임이어서, 다이나믹하게 경쟁하는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답니다.



 

2) 블로커스
여러 모양의 블록들을 규칙에 맞게 최대한 많이 내려놓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규칙은 오로지 이미 놓은 블록의 모서리만 맞닿도록 새 블록을 놓는 것! 게임이 진행될수록 초반의 여유는 사라지고 얼마 남지 않은 칸들을 찾아 헤매게 되지요. 단, 4인이 할 때를 기준으로 공간이 최적화되어 있어서 제 경험상 2인이 하신다면 각자 2가지 색을 잡고 시작하시기를 권해요.



 


3) 루미큐브
숫자 내려놓기의 전통 게임이지요. 색이 같으면 숫자가 연속되어야 하고, 같은 숫자라면 색이 모두 달라야 합니다. 슬금슬금 숫자를 모으면서 눈치싸움을 하다가, 한꺼번에 내리다 보면 1인당 배정된 1분이 엄청나게 짧게 느껴집니다. 행여 잘못 놓아서 원상복구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아득하네요.

 

 

 

4) 뱅
옛날 옛적엔 MT를 가면 마피아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말싸움이 아니라 카드로 승부할 수 있습니다. 보안관과 부관, 반대편인 무법자, 그리고 어느 편인지 알쏭달쏭한 배신자가 서로 쏘고 피하면서 의심하는 모습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는 데 아주 도움이 된답니다. 그래도, 게임은 게임일 뿐!


 


5) 보난자
다양한 종류의 콩을 심어 적절한 시기에 수확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부피는 매우 작은 데 비해 결코 만만치 않은 게임입니다 (그래서 고학년부터…). 저희 막내는 카드 잡는 순서를 안 지키고 그냥 보이는 대로 심어대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봐줘야죠.

 

 

 

4. 중학생 이상


1) 스플렌더 / 스플렌더 마블 등
보석 토큰을 모아 세공하고, 또 그 보석들을 자산으로 더 값진 보석들을 모으는 게임입니다. 진행이 빠르고 다이나믹해서 인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마블 버전도 나왔지요. 명심하세요! 승리 요건은 카드를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15점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2) 시타델
라운드마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그 특색을 최대한 발휘하여 건물을 목표만큼 (7 또는 8채) 짓고 시타델 안에서 최고의 권력자가 되는 게임입니다. 라운드마다 서로 방해하고 빼앗고 심지어 도둑질도 하면서 서운함이 쌓여가지요. 위에 소개해드린 뱅과는 또 다른 미움의 싹이 튼답니다.



 

3) 카탄 – 그리고 여러 확장판들
카탄은 최고의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5개의 자원으로 길, 마을, 도시를 짓고 발전 카드를 적절히 사용해서 목표인 10점에 도달하는 것. 밸런스도 적절하고 장황하지도 않은, 부루마불밖에 몰랐던 제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보드게임의 신세계로 진입하는 경험을 했던 게임입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많은 확장판도 나와있고요.



 

4) 로코코
가장 최근에 구입해서 재미나게 하고 있는 게임으로, 의상 디자이너가 되어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내가 만든 옷을 팔거나, 귀족에게 대여해 주면서 명성을 가장 많이 얻어야 합니다. 궁중 음악가, 식당에 후원을 할 수도 있고,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발코니 자리를 확보해서 (학회 부스 확보하듯이..^^) 내 고객인 귀족을 초청할 수도 있습니다. 아, 디자이너 김의 드레스를 입은 귀족들이 궁전을 활보한다면 저는 최고의 의상실 주인이 되겠죠? 참, 게임 작화가 정말 예쁜 대신 가격이 비싸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이 많긴 합니다. 디럭스 올인원 16만 1천 원… 아내의 허락이 필수적이었습니다.

 


 

5) 아그리콜라
심시티가 원조 격인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을 보드게임으로 구현하면 어떤 모습일까요? 농부가 되어 울타리를 치고 가축들을 키우며 씨를 뿌려 수확하면서 풍족한 농장을 만들어가는 이 게임은 그러나, 컴퓨터라면 알아서 해줄 일들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원 종류가 많고 계산이 복잡해서,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도 누가 우승인지 가리기 위해 종이에 각각의 점수를 써서 더해야 하거든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6) 안도르의 전설
여러 영웅 (전사, 궁수, 마법사 등)이 힘을 합쳐 악의 세력을 물리친다는 반지의 제왕 류의 서사를 과연 보드게임으로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해서 해봤던 게임입니다. 호불호가 있겠습니다만 “나는 협력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게임판과 스토리는 웅장하지만 진행 방식이 단조롭고 이야기가 실감 나게 와닿지 않아 한 번 해보고 중고로 팔았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게임도 있다는 소개를 위해서…


 


5. 글을 마치며
판매 순위 상위권에 늘 위치한 게임들을 오늘 소개하지 않았는데요, 전부 중학생 이상 어른들끼리 할 수 있는 것들이고 (아컴호러, 테라포밍 마스, 광기의 저택 등…), 마니아들은 좋아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둘러앉아 하기는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문화도 생소하고 (미국인에게 임꺽정이란? 같은 느낌), 인터넷/앱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요. 게다가 소요 시간도 길고 협력이 필요해서 경쟁을 좋아하는 우리네 정서에 잘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위시리스트엔 있는데 아직 못해본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 이스탄불 빅 박스, 사그라다, 화이트홀 같은 게임들도 있습니다. 사실 보드게임은 실제로 해보고 눈으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데 코엑스에서 재작년에 열린 보드게임 콘을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오프라인 행사가 전무하여 너무나 아쉬워요. 이놈의 코로나.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어떠신가요? 혹시 진료권고안 읽는 느낌은 아니셨을지… 수많은 게임 중에 제가 해봤거나 가지고 있는 것들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selection bias를 피할 수 없다는 limitation이 있습니다. Author의 성향이 마니아보다는 가족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게임들을 선호한다는 점, 기재한 연령대는 게임에 적혀있는 사항을 기준으로 했기에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 (저희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해본 덕에 실제 나이보다 어려운 게임들을 하거든요)을 고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집 안에서 뭐하고 놀지? 싶을 때 즐기시면 좋을 만한 보드게임, 저는 강력히 추천합니다! 좀 빌려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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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나눔과 정보 보드게임 개론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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