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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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다 – 맛집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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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다 – 맛집 찾기

 

 

 

강동경희대병원 김창우


 

어렸을 적 시장에서 은박지에 싸서 비닐봉지에 담아 팔던 통닭을 들고 퇴근하시던 아버지를 반가이 맞아본 경험들이 아련하다면, 당신은 40대 정도입니다. 오늘은 고기 반찬이 나왔다고 다음 날 친구들에게 자랑하신 기억이 있다면 그 이상일 테지요. 인류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이루고 겪은 일보다 최근 백여 년 사이에 겪은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의 발전 곡선이 매우 가파른 것은 모두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장삼이사들에게는 손으로 조작하고 인터넷을 볼 수 있는 휴대용 전화기가 대표적인 예지만 우리 대장항문외과의사들은 수술 기법과 도구들이 더 와닿는 예시일 수 있겠습니다. 전공의 시절 전기소작기 (일명 ‘보비’, 성격이 급한 스승님들은 두 글자 발음마저 시간이 아까워 ‘봅’이라고 부르셨던)를 쓰다가 문득 ‘이게 개발되기 전에는 모두 일일이 타이하고 잘랐겠지?’ 생각하며 엄청나게 힘든 환경에서 수술하셨을 선배님들을 존경스럽게 여겼지만, 아마 우리 후배들은 복강경 에너지 기구나 자동문합기를 쓰면서 우리 세대들을 존경스럽게 (혹은 안타깝게) 여길 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것들 없이 수술이 가능했지?).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 올해는 특히 창궐하는 전염병으로 언택트 시대를 맞아 더욱 빨라진 변화를 강제로 맞기는 하였으나 – 통닭과 고기 반찬을 추억으로 삼았던 세대들도 자녀, 또 그들의 자녀 세대와 공존하게 되었지요. 개성과 취향이 존중받고 개인의 즐거움과 여가가 사치가 아닌 필수로 인정받는 풍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세대가 구분되기도 합니다. 단순히 여행을 다니고 소위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넘어서, 각종 인터넷 도구를 사용해 자신의 경험을 보여주고 나누는 일들은 – 긍정 또는 부정적인 평가에 무관하게 – 이미 흔해졌습니다.

 

(그림 1, 출처: https://www.phrases.org.uk/meanings/you-are-what-you-eat.html).

 

 

흔히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고 하지요. 물론 우리에게는 환자를 위해 일한다는 당위가 전제된 문장입니다. 먹는 것은 참 중요해서,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영어 속담도 있다지요. 사실 이 말은 한 프랑스 변호사가 1826년에 한 말이랍니다. “Tell me what you eat, and I will tell you what you are.” 이후 1863년에 철학자 포이에르바흐가 "Der Mensch ist, was er ißt." 라는 말을 처음으로 썼고, 영어로는 1930년대 이후에서야 미국의 영양학자가 “You are what you eat.”라는 책을 냈다네요. 아무튼 한 끼니를 먹더라도 아무거나 “때우지” 않겠다는 의지, 좋은 것을 찾아 즐기겠다는 마음, 저는 깊이 공감합니다. 따라서 The aim of this study was to assess… 죄송합니다 여러분, 이렇게 연구에 몰두하는 습관이 참 무섭습니다. 이 글의 주제는 지극히 제 주관적인 맛집 찾기 요령이 되겠습니다.

 

 

우선, The definition of the 맛집 is… 천차만별이겠지요. 하지만 전부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맛이 있는가?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주관적인 기준이지요. - 분위기가 좋은가? 인테리어, 식탁과 의자의 디자인과 편안함, 플레이팅, 브금 (BGM ^^). - 접근성.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위치인지, 주차가 가능한지. - 성격에 맞는 모임이 가능한지. 미슐랭 스타를 받은 강남, 압구정 등지의 레스토랑 중에는 연령 제한을 두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모임이 불가능한 곳이 꽤 있습니다. - 가격, 사실은 가격 대비 효과, 가성비가 괜찮은가? Cost effectiveness 연구를 해보신 선생님들은 아실 텐데, 분모에 가격이 들어가지만 분자에는 위에 언급한 네 요소가 모두 들어갑니다. 그래서 맛집 평가는 evidence level 이 매우 낮은, debatable topic 일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지역을 방문하실 때 그 지역을 검색 포탈에 치시면 대부분 연관 검색어로 ‘맛집’이 뜨지요. 엔터를 치시면 맨 위에 ‘파워링크’ 혹은 ‘프리미엄링크’같은 항목이 뜹니다 

(그림 2)

 

 

그나마 옆에 ‘광고입니다’ 멘트가 있으니 광고인 줄 알 수 있지 옛날에는 멘트도 없었지요. 얼마 전 유명 유튜버들이 광고비 명목으로 금전을 받고도 제품은 마치 광고가 아닌 실사용 후기인 양 영상 올렸다가 혼난 적이 있지요. 이런 방향으로 법이 진화하고 발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학회나 세미나에서도 점점 더 많은 선생님들께서 발표하실 때 Declaration 을 하시더라고요. 아무튼, 검색 결과 위쪽에 뜨는 음식점들은 결코 공짜로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아닙니다. 굳이 음식점이 아니라도 특정 상점, 술집, 병원, 세무, 여행사, 법인 등 특정 검색어 사용시 상위권에 노출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업종들은 검색 엔진 회사에 일정 비율을 지불합니다. 이러한 키워드 광고들 중 맨 위에 올라가는 건 업종과 엔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월 1~2천 만원을 쉽게 넘긴다고 하지요. 최근에는 광고들 중 상당수가 음식점이 아닌 배달업체 등 기업들로 채워지는 특징들이 보이고요. 블로그의 힘 또한 막강합니다. ‘파워’, ‘프리미어’ 링크들을 거쳐 아래로 내려오면 또다른 이름들의 링크들 – 광고비가 조금 저렴한 – 이 보이고, 그 아래 까페나 블로그가 보이기 시작해요. 정말로 작성자가 자기 돈으로 식사한 후기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고, 의뢰를 받았지만 티내지 않고 광고하는 경우가 있지요. 전자는 옳고 후자는 그르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으로 방문한 음식점이라도 작성자의 주관이 절대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고, 광고료를 받고 식사를 했는데 마침 마음에 쏙 들 수도 있는 거잖아요? 광고와 블로그 자료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뒤에서 다시금 다루도록 하고요, 여기서는 광고 또는 최소한 식사비 제공 정도의 Funding 또는 conflict of interest 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만 언급해 봅니다.

 

- 반복적으로 “OO역 맛집” 이라는 단어를 노출시키는 경우. 글을 읽는데 “OO역 맛집 OOO를 다녀왔어요. 급히 검색했는데 대성공! OO역 맛집 OOO 찐이네요. 친구와 함께 OO역 맛집 OOO 성공했어요”. 이런 식이죠. - 전체 글의 내용이 길지 않은데 음식 사진으로 채워져 있고 사이사이 멘트에 “OO역 맛집” 이 빈번하게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맨 아래에 #OO역 맛집, #OO 맛집, #OO, #맛집, #...... 온통 샾 (#)으로 키워드가 열 개 이상 써있는 경우

(그림 3 보시죠. 원래 연구논문에서 키워드는 5-6개로 제한되는데 말이죠, 저런 정신없는 키워드 나열에는 바로 reject 줘야 하는데 쯧)

 

 

- 블로거가 맛집 뿐 아니라 중구난방의 주제로 자신의 블로그를 도배한 경우. 예를 들어

그림 4

 

 

를 보시면 화장품, 인터넷, 건강보조식품, 전자제품, 음식점, 전시회 등 주제의 일관성이 전혀 없지요. 팔방미인이신 듯합니다. 옛날에야 Pan-surgeon 이라는 말이 통했으나 분과가 전문화한 지금 시대에 통용되지 않는 것처럼. 그래도 저 블로거보다는 Pan-surgeon이 더 현실적이네요. -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글들이 올라온 경우. 10월 1일에 3~4건, 4일에 2~3건, 7일에 2~3건 같은 음식점 후기가 서로 다른 블로그에 올라왔다? 가능성 높습니다. - 솔직하게 글 서두나 후반부에 ‘소정의 원고료’, ‘식사권’ 등을 제공받고 작성했다고 밝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플이나 평점들도 비슷한 이유로 참고할 만합니다. 단, 지나치게 높은 평점이 짧은 시기 내에서 반복된다면 긍정적인 알바 (혹은 열성 직원 ^^)들의 노력이 반영되었을 수 있고요, 반대로 꽤 괜찮았던 곳인데 너무 평점이 가혹하거나 나쁜 평들이 눈에 들어온다면 부정적인 알바나 경쟁 음식점에서 작성한 후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증은 없지만 지도 앱에서 유사한 카테고리의 음식점이 다수 보인다면 심증을 가질 수 있지요. 그리고 평점을 매긴 N도 중요합니다. 아주 높은 점수인데 평가자가 겨우 8명이라면 요즘 웬만한 저널에서는 case series 로도 취급받기 힘들지요. 그냥 case report 입니다. 평가자의 pool도 왜곡되기 쉬운데요, 그 음식점을 다녀온 사람들 중에 실제로 후기를 쓰거나 평가를 올리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입니다. 대부분은 좋았다 나빴다 소감은 가지고 있지만 굳이 로그인까지 해가면서 자신의 개인 정보가 일부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을 감수하고 글을 쓰는 일에 열심을 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의사 파업 전후에 많은 선후배, 동료들께서 국회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하시면서까지 의료 악법들에 반대 청원을 하셨던 모습들은 참 희망적이었습니다.

  

아무튼 정말 괜찮은 음식점이라면 알바나 경쟁사가 깎아내리더라도 집단 지성, 아니 미식가 집단에 의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유지하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천성이 선한지 악한지와 무관하게, 장사는 정치와 달리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는 시간과 노력을 음식의 맛 향상, 새로운 레시피 개발, 적극적인 홍보, 할인이나 주위 여행상품과의 연계 이벤트 등 포지티브 방향에 쏟아붓기에도 모자라거든요. 경쟁사 깎아내릴 알바 고용할 돈으로 자회사 칭찬하는 알바를 고용하는게 당연히 나은나은거죠. 그러나 향후 이 영역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AI 로 인해 새로운 양상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모 포탈의 웹툰에서

그림 5, 6

 

 

 

과 같은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머나먼 이야기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AI가 여러 사람의 말투로 다양한 내용의 리플을 달고 여론을 선동한다, 사실 우리가 모른다 뿐이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닐까요?

 

자, 가고 싶은 곳을 찾을 때 이런 정보들 - 광고, 블로그, 평점 등 - 은 일단 젖혀놓아야 할까요? 저는 이 경로들을 무시하는 대신 참고로 사용합니다. 땅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다 전기, 수도, 인건비 등을 고려하여 비싼 비용을 광고비로 지불하고도 넉넉하게 유지되는 음식점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지속된다는 뜻이고, 그만큼 식재료의 순환이 빠르기 때문에 신선도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에요. 물론 광고 몇 번 하고 시들해지거나 사라지는 음식점들은 걸러야지요. 그래서 저는 새로 핫플레이스가 생겼다는 소문에도 곧바로 방문하는 대신 6개월~1년 정도 지나고도 음식점이 멀쩡히 잘 경영되고 있다면 찾아가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광고비 보전을 위해 저렴하고 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쓴다면 알음알음 소문이 나기 마련인데, 질 낮은 식재료로 고급스러운 맛을 낼 줄 아는 요리사가 있어서 모두가 속아넘어갈 정도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먹어야죠 뭐.

 

마지막으로, 제가 먹을 곳을 찾는 방식을 소개해 드립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만. 1. 모임의 성격을 명확히 합니다. 가족 모임, 친지들, 친구들, 회식;;; 2. 지역을 정한다. 청담, 신촌, 압구정, 삼성, 여의도… 3. 메뉴를 정한다. 한정식, 일식, 중식. 이를 음식명으로 세분화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대게, 스시, 청국장, 뷔페, 막국수 하는 방식이죠. 4. 검색엔진의 지도를 펴고, 해당 지역으로 들어가 지도를 fix 합니다. 즉 그 지역 내에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는데, 예를 들어 잠실을 중심으로 반경 7.5km 안에서 ‘닭갈비’를 하는 음식점이 무려 310개나 있습니다

(그림 7)

 

 

. 5. 장소를 좁혀갑니다. 반경 2.5km 이내에 32개의 음식점이 나오고 

(그림 8)

 

하나씩 클릭해서 평점과 평가를 봅니다. 특히 해당 상호를 다른 검색 엔진에서도 검색해보지요. 6. 후보가 몇으로 추려지면, 주차 여부와 예약 자리를 확인합니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라면 광고나 블로그를 조금 의지해서 영업한지 일정 기한이 지난 곳이나, 아예 유명 호텔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간혹 음식점의 유명세와 식사하시는 분들의 체면이 어우러져 의견을 내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미쉐린 2스타 스시 코지마에서 1인당 38만원의 디너 오마카세를 먹는다면 ‘조금 내 입맛에 안 맞는데’ 싶어도 음식 탓을 하기보다는 내 입맛을 의심하며 그냥 묵묵히 드시잖아요? 회식자리가 필요한 때는 많은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툭 쳐봐서 상위권에 있는 곳을 잡으면 최소한 욕 먹지는 않을 정도는 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미쉐린가이드 중 스타를 받은 대부분의 음식점들을 특별한 날에 분위기 내기 위해 참조하는 편입니다. 여러 조건들이 우월하긴 하나 가격대를 생각하면 가성비가 정말 괜찮은지, 과연 이 정도까지 내고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곳들이 많다고 여기거든요. 뭐, 제 입맛이 고급이 아닐 가능성이 더 많겠지요. 저는 이것저것 새로운 음식들을 찾아보고 시도해보는 편인 동시에 그렇게 알게 된 한 끼니를 소중히 여기는 것뿐이지, 비싸고 훌륭한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주의는 아니거든요. 아무쪼록 여러 선생님들께서도 나름의 기준으로 정하신 맛집들을 탐방하시는 즐거움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회차 분류명 제목 등록일자
60 나눔과 정보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다 – 맛집 찾기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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