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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후기
학술위원회 부위원장
2024년 3월 29일 금요일 이른 아침에 병원에서 회진을 돌았다. 예전에도 학회나 다른 행사참석으로 아침 일찍 혼자 회진을 돈 적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이날의 느낌은 다른때와는 조금은 달랐던 것 같다. 수술 후 15년도 더 지났지만, 장폐색으로 처음 입원하신 할머니가 며칠째 호전되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지진 않은 것 같았고, 직접 얼굴을 보니까 표정이 편안해 보이셔서 약간 안심이 되었다. 학회에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환자분에게 하면서, 주말 동안은 별일 없이 잘 계셔 주시기를 마음속으로만 기도하였다.
SRT 를 타고 대전역에 내려 대전 컨벤션 센터로 향하였다. 비가 조금 내릴 것도 같으면서도 바람도 약간 불어서 예상보다 쌀쌀하였다.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학회는 개인적으로 처음 참석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대전에서 대장항문학회가 열린 적이 있었고, 그 당시 같은 장소에서 학회를 했을 것 같은데, 그 때가 미국 연수중이어서 참석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처음 학회장에 들어갔을 때 뭔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을 탈피해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신경 안 써도 되는 며칠 간의 휴가를 시작하는 설레임 같은 느낌이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짐작되지만, 오랜만에 인사 드리는 원로 교수님들과 동료 및 후배분들이 여전히 밝아 보인다는 점을 확인하는 데서 생기는 묘한 안도감이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었다.
춘계 대장항문학회는 예상보다 훨씬 활기찬 느낌이 들었다. 발표자들은 각자 준비한 발표를 열심히 시행하였고, 청중들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질의 응답을 이어 나가곤 했다. 선배와 후배들이 큰 부담 없이 본인의견을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는 모습은 매우 보기 좋았다. 학회에서의 발표는 본인이 연구한 내용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 뿐만 아니라 얼마나 시각적으로 청중들에게 잘 전달하는가도 중요할 것 같다. 이와 함께 연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는 여러 연구자들로부터 내 연구에 대해서 보완할 점을 얻어 궁극적으로 연구의 의미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도 발표하는 자에게 주어진 소중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연구자들은 좀더 보완할 점을 확인하는 행운을 안고, 혹은 어떤 연구자들은 좋은 연제라는 성취감을 안고 대전을 떠났을 것 같다. 부디 모든 연구자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성취 하시기를.
이번 학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video presentation 무대를 포스터 전시 및 부스들 중간에 설치한 점이다. 이렇게 세팅을 하니 자연스럽게 약간의 휴식을 위해 1층에 내려가서 추가적으로 비디오 연제 발표에 참여를 하게 된 것 같다. 포스터 전시 세션을 돌면서 한가지 고민을 해 보자면, 포스터 전시도 여건이 허락된다면 일부 포스터를 대상으로 presentation을 시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흥미로운 내용의 포스터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학술위윈회에서 좀 힘들 수는 있겠지만, 발표를 시행할 포스터를 사전에 10개 정도를 미리 선별해서 학술대회 당일에 포스터당 3분 정도 발표 시간을 주고 2분정도 질의 응답을 하는 식으로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 중에 포스터 우수 발표자도 선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학회프로그램 구성은 학술적인 내용과 정책적인 아젠다 세팅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골고루 균형 있게 잘 배치되었다고 생각한다. 진료권고안 세션이나 다기관 연구에 대한 세션 그리고 일차의료에 현실에 대한 내용들은 우리 학회가 지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 앞으로 회원들이 더욱 힘을 합쳐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시간이었다. 발표에 참여한 모든 연자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좋은 내용과 신선한 기획, 적절한 주제 선정 등 이번 학회를 준비해 주신 이사장님을 비롯한 총무단과 학술위원장님을 비롯한 학술위원회 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번 학회의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모두 동의하실 것 같은데, 갈라 디너 때 초청된 박완규 가수의 열창 및 학회 회원분들의 호응이 아닐까 한다. 박완규 가수는 노래뿐만 아니라 무대 매너도 너무 좋았고, 또 개인적으로 의사 선생님들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부분은 감동스러웠다. 좋은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행복 했고,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직업이 갖고 있는 큰 행운이구나 하는 점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어려움이 나중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환자들 과의 관계에서 서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어서 빨리 펼쳐지기를 기대해 보았다.
토요일 갈라 디너가 끝나고, 학회에 같이 참석한 강남세브란스 병원 대장항문외과 동료 의사 및 간호사 선생들과 2차와 3차까지 끝내고 호텔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몇시간 자지 못하고 일요일 새벽에 눈이 떠졌다. 핸드폰으로 환자분 vital sign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그 깨달음을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아뿔사! 새벽 vital을 보니까 좀 전에 병동의 할머니가 그동안 한번도 없었던 고열이 나면서 호흡수가 상승하는 소견이 확인되었다. SRT를 아침시간으로 다시 예매하고 같이 내려온 펠로우 선생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마취과 교수님의 협조와 군중견의로 일하기 시작한지 한달밖에 안됐지만 더없이 소중한 펠로우 선생의 도움으로 수술은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중간에 섬망 증상으로 잠시 고생하셨지만, 잘 회복하셔서 며칠 뒤에 퇴원하셨다.
2024년 3월의 마지막주에, 약간은 우울했던 날씨와 함께 시작했던 대전 춘계 대장항문 학회는 답답한 의료환경과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과의 친목, 박완규 가수, 그리고 학회 마지막날의 응급수술까지, 다양한 경험치로서는 그동안 참석한 학회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을 학회임에 틀림없다. 우울한 마음으로 2024년의 대한민국의 봄을 오롯이 버티고 계시는 대장항문학회 모든 회원님들께 무한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 도움을 받곤 하는 이 경구가 다른 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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