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가온누리란? 세상(누리)의 중심(가온데)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가온누리 웹진
      
통합검색 회차 분류
  회원기고문   홈 > 회원기고문
 
 
 
 
클래식 음악 덕후의 소소한 행복 – AI 시대에 고전 음악 즐기기

서울아산병원
박은정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이런 재미없는 질문을 누군가 할 때 나는 조용히 대답한다. “실은 저 ‘클덕’이예요.” ‘클덕’이 뭐냐구요? 클래식 음악과 덕후의 합성어를 ‘클덕’이라고 정의 할 수 있겠다고 학술적(?)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매니아를 ‘클덕’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고 중3때까지 비교적 오래(?) 피아노레슨을 받았었다. 대학 와서 MIDI라는 컴퓨터음악을 접한 후 작곡과 화성이라는 수학적 메커니즘에 빠져 대학교 2학년때는 음악을 늦게라도 해봐야겠다고 부모님께 통보(?)한 후 과감히 휴학계를 던지고 음악계로 나아가볼까 하다가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라는 것을 20대초반에 깨달은 것은 내 인생에 참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하지만 음악은 마음에 에너지를 주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바쁜 병원생활 중에도 삶의 큰 활력을 주는 행복의 한 조각 인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은 한글로는 ‘고전음악’이다. 클래식 음악은 따분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고전시대, 낭만시대,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작곡가가 있고, 그 작곡가와 연주가,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나왔던 음악을 조금씩 알게 되면 점점 감상하는 재미가 들게 되는 것 같다. 대중가요나 팝음악이 도시 한복판에서 느끼는 빌딩사이에서의 세련됨이라면, 클래식 음악이 가지는 매력은 산속에서, 자연속에서, 바닷가에서 우리가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 같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푸가의 기법부터….사람 자체가 가벼운 것 같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상상할 수 없는 화성의 전개와 예상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모짜르트의 음악, 단조와 장조를 오가며 도무지 알 수 없는 행로로 곡이 진행되나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깊은 감동을 주는 슈베르트, 한음 한음 쌓아 올라가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인간승리의 내공의 음악을 보여주는 베토벤의 음악, 너무도 아름다워 눈물겨운 슈만의 음악, 클라라, 그리고 중후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가장 최애하는) 브람스의 음악,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 라벨, 그리고 러시아로 가면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에프, 라흐마니노프까지,…그외 작곡가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으나 그만큼 ‘클덕’이 누릴 수 있는 음악의 세계가 무궁무진해 한곡 한곡 들을 때마다 그 재미와 감동이 큰 것 같고 곡의 레퍼토리가 끊임없이 나와 끝이 없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클래식 덕후의 세계가 펼쳐진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려면 시대별 작곡가와 레퍼토리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좋다. 그렇다고 우리가 음악전공자도 아닌데 음악사와 화성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다. 가장 쉽게 클래식 음악의 레퍼토리를 접하기에 추천할 만한 것은 클래식FM과 유튜브를 통해 국제콩쿨 보기 이다. CD로 연주한 곡을 음악만 듣기보다 연주하는 실황을 화면으로 보고 듣다보면 더욱 음악이 와닿는 것 같다. 악기마다 유명한 콩쿨이 다르긴 하지만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전공자가 많은 악기들은 그만큼 콩쿨이 다양하게 있어 레퍼토리를 익히기 좋다. 특히 최근 유명한 콩쿨은 유튜브 생중계와 녹화영상을 실시간 올려주어 블루투스 스피커를 잘 배치해 공간 세팅(?)을 잘 해놓으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피아노의 3대 콩쿨이 있다. 차이코프스키, 퀸 엘리자베스, 그리고 쇼팽콩쿨이다. (사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우승한 반클라이번콩쿨은 3대 피아노 콩쿨에 끼지는 않는다.) 바이올린 경우 비엔야프스키, 퀸엘리자베스, 차이코프스키 콩쿨이 있고 비엔야프스키 콩쿨의 경우 유럽전역에 생방송으로 중계가 된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비엔야프스키 콩쿨영상은 지금 봐도 명연주가 많다. 퀸엘리자베스 콩쿨은 결선에 오른 finalist들이 공연순서대로 뮤직샤펠에 들어가 콩쿨을 위해 작곡된 현대곡의 악보를 받게 되고, finalist들은 외부와 차단된 상태로 합숙하며 주어진 시간동안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어 외부에 노출된 적 없는 현대곡과 준비해왔던 협주곡을 연습해 결선무대에서 서게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우승했던 당시 악명높은 뮤직샤펠의 퀸엘리자베스콩쿨의 실화를 담은 영화 “The finalist”라는 영화는 얼마나 클래식음악 연주가들이 콩쿨에 얼마나 힘이 들고 마지막까지 음악에 혼신을 다하는지 보여준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올레TV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보고 마지막 반전에 놀랬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승한 임지영 바이올리니스트는 현재 연세대 음대 교수로 재직중이고, 당시 우승한줄 착각했던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으로 현재도 멋진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피아니스트들의 꿈에 무대인 쇼팽콩쿨은 5년 마다 열린다. 콩쿨은 나이제한이 있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는 그들의 인생에서 많아야 2번정도 (그래도 10년 기간이다) 인생에서 쇼팽콩쿨을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이 또한 본선진출이 하늘의 별따기이니 어렸을 때부터 평생 음악만 해온 클래식 음악가의 길은 얼마나 바늘구멍인가 싶어서 외과가 힘들다고 해도 클래식 전공자들과 비교하다 보면 평범한 나의 생활에 나름의 위안과 위로를 받을 때가 있긴 하다. 실제로 쇼팽콩쿨 결선자들이 본선에서 연주하는 곡들은 이미 그들이 10대 초반에 연주하던 곡들이다. 20대후반에 연주하는 그 곡들이 이미 10대때부터 마스터했던 곡들이니 얼마나 이들이 실력을 갈고 닦아 내공을 쌓고 칼을 갈고 나온 무대인가. 

작년 2025년도 10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 콩쿨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콩쿨에서 우승한지 10년째 되는 해라 의미가 있었다. 쇼팽 콩쿨의 경우 오전과 오후로 나뉘게 되고, 콩쿨의 예선부터 결선까지 쇼팽 곡만 연주하게 되어 있어 예선에서 연주하는 곡 부터 결선의 concerto까지 듣고 나면 쇼팽의 유명한 곡들은 자연스레 익숙해지는 “같은 곡 반복 듣기”의 학습효과(?)를 경험해볼 수 있다. 쇼팽콩쿨이 열리는 기간동안 연구실에서 콩쿨실황을 틀어놓고 일하면서 보고 듣곤 하는데 유명한 음악가들의 콘서트를 관람할 때와 달리 콩쿨의 경우 연주자들의 긴장도와 집중도가 높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곧 유명해질 유망주(?)를 보며 누가 우승할지 예상하는 재미도 있고, 같은 곡이어도 연주자마다 해석이 달라 듣는 재미도 있다.

쇼팽은 매우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이고, 몸도 약했어서 그런지 큰 공연장보다 salon music이라고 부르는 소규모의 곡과 소품이 많다. 음악을 들어봐도 이 작곡가의 MBTI는 I로 시작했겠구나 싶은 느낌이 팍 온다. 피아노를 배워본 사람들은 모두 경험했겠지만 체르니 30번정도 들어가면 레슨선생님이 chopin 곡을 가져오셔서 쳐보라고 하고 왜 이리 음표가 복잡한가 싶은 안좋은(?) 기억이 있겠지만, 쇼팽은 실제로 피아니스트로도 매우 유명했던 음악가이다. 쇼팽은 결핵에 걸리고 결국 젊은 나이에 죽게 되나 고국인 폴란드를 기리는 음악을 많이 남겼고, 재미있는 점은 쇼팽, 슈만, 리스트가 모두 한시대에 살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당대에 스타로 잘나가던 리스트는 ‘내 친구 쇼팽’이라는 책까지 남기며 동료인 쇼팽의 음악을 높이 평가했다.(국내 서점에 ‘내 친구 쇼팽’이라는 책도 출간되어 있고, 저자가 리스트이다) 폴란드의 춤곡이 담긴 마주르카, 너무도 유명한 쇼팽의 4개의 발라드, 프렐류드, 연습곡이라 부르는 에튜드, 환상곡, 폴로네이즈, 야상곡인 녹턴, 그리고 마지막 final무대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게 되는 협주곡까지 쇼팽의 다양한 곡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클덕 입장에서는 쇼팽콩쿨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마음껏 쇼팽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쇼팽의 고국인 폴란드는 국제공항 이름이 Warsaw Chopin Airport 인 것처럼 쇼팽에 대한 사랑이 큰 나라이고, 조국을 잃고 힘든 시기 쇼팽의 음악이 폴란드의 민속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더욱 폴란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악가로 남은 것 같다. 피아노를 쳐본 사람은 알겠지만 쇼팽은 굉장히 피아노를 잘 쳤던 음악가라 그런지 쇼팽의 곡은 피아노 운지법이 정말 잘 되어있다. “쇼팽의 곡은 악보에 적혀있는대로만 치면 된다”라고 어렸을 적 레슨 때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쇼팽의 피아노 곡이 전세계 다양한 연주자들의 개성으로 연주되는 무대가 쇼팽 콩쿨이다. 

2025년도 제 19회 쇼팽콩쿨은 에릭 루 (Eric Lu)의 우승으로 끝났다. 피아니스트 에릭 루는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2015년 쇼팽콩쿨 우승했을 당시 함께 결선에 올랐던 피아니스트이다. 재수생 격인 에릭이 과연 우승할 수 있겠느냐 부터 왜 다시 나온거냐 등등 의견이 분분했으나 본선 1라운드부터 결선무대까지 마치 본인의 콘서트 무대처럼 멋지고 안정적인 연주를 들려준 에릭이 결국 우승했다. 최근 흑백요리사2의 최강록 쉐프의 재도전에 대한 근기를 보여준 부분이 화제가 되었는데, 에릭 루의 경우 리즈 콩쿨도 우승한 상태에서 쇼팽콩쿨에 10년만에 다시 재도전 했으니, 그와 같은 해에 결선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전세계를 누비며 연주하는 거에 비교하면 왜 다시 쇼팽콩쿨에 다시 나왔는 가는 속사정을 가늠할 수는 없겠으나 클래식 음악을 하는 동양인이 얼마나 세계적인 공연기회를 잡으며 연주자로 살아가기 힘든 가를 보여주는 일례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콩쿨 내내 안타까운 마음으로 함께 응원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연습한 것을 한순간에 쏟아붓고 한번 시작하면 다시 고칠수도 없는 찰나의 음악을 하며 고된 생활을 하는 것을 볼 때면 외과의사가 힘들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나의 직업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순간이 올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무엇을 향해 평생 연주하고 살까? 어떠한 마음으로 연주에 임할까? 예술가로 사는 게 얼마나 힘이 들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행복 일부를 그들을 통해 잠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 늘 존경하는 마음으로 연주자들을 바라보게 된다. 

AI 시대에 로봇이 클래식음악을 연주하는 날이 오겠지만 (아니 이미 왔지만), 로봇이 하는 연주에 나는 크게 감동받지는 못할 것 같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연주에 몰입한 연주자의 모습, 오랜 시간 연습하고 공연의 그 한순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탄생되는 연주는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부분인 것 같다. 인공지능, AI, 양자컴퓨터 등등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지는 요즈음이지만…클래식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인간이 가진 소중한 삶의 부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수술하고 환자보기 바쁜 일상에 살고 있는 대장항문외과 의사의 일상이지만, 대한대장항문학회 회원님들 모두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소소하게 느끼며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2026년 병오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2026년은 유명한 음악가들의 국내 연주가 특히 많은 해이니 기대하시길…













회차 분류명 제목 등록일자
80 회원기고문 클래식 음악 덕후의 소소한 행복 – AI 시대에 고전 음악 즐기기 2026-02-11
 
 
   
06349 서울특별시 강남구 밤고개로1길 10 1519호 Tel: 02-2040-7736, 7737 Fax: 02-2040-7735 E-mail: colon@kams.or.kr
Copyright(c)2005 KOREAN SOCIETY OF COLOPROCT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