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가온누리란? 세상(누리)의 중심(가온데)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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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종 ‘복막가성점액종’ 치료를 위한 중개연구를 향해

서울아산병원
박은정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지 않았던 8월 마지막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렸던 International Colorectal Research Summit (ICRS) 2025에서 그동안 연구해오던 Pseudomyxoma peritonei (복막가성점액종)에 대한 오가노이드 연구 결과를 일부 발표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발표했던 주제는 “Investigation of Mucin Formation in Pseudomyxoma Peritonei using a Patient-Derived Organoid Model from Appendiceal Mucinous Neoplasms”로 충수기원 복막가성점액종에서 mucin 형성하는 과정을 환자유래 오가노이드에서 살펴본 연구였습니다.


2015년에 전임의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대장암 복막전이 수술인 Cytoreductive surgery (CRS) & Hyperthermic intraperitoneal chemotherapy (HIPEC)을 해오며 임상에 그치지 않고 기초연구까지 해보고 싶어 발버둥 친 게 올해로 벌써 10년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CRS/HIPEC 수술을 해오다 보니 appendiceal mucinous neoplasm 이 perforation 되며 복강내 mucin formation을 하게 되는 복막가성점액종 (Pseudomyxoma peritonei) 환자들을 치료하게 되었고, 경증의 환자부터 unresectable한 중증의 환자까지 그동안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감사하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CRS/HIPEC 수술이 아침에 첫케이스로 들어가서 저녁시간(길어질 경우 늦은 밤)까지 수술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수술이고 그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크고, 정신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큰 수술이어서 수술하면서도 늘 고민과 질병에 대한 공부를 놓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충수기원 복막가성점액종의 경우 발병율이 백만명당 한 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는 희귀암종에 속해 충수 수술을 자주 하는 대장항문외과 의사도 자주 접하기는 어려운 질병이긴 합니다. 이러한 희귀암종의 특성상 질병모델이나 세포주를 확보해 실험을 하고 연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cancer cell sample을 정기적으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복막가성점액종 연구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CRS/HIPEC 수술을 꾸준히 해오면서 환자들이 외래로 찾아오기도 하고, 대장항문학회 회원님들께서 감사하게도 환자의뢰를 해주셔서 복막가성점액종 환자를 계속 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긴 수술이 끝난 후 환자 리뷰를 할 때마다 여러 궁금증이 계속 생겼었습니다. 종양의 경우 tumorigenesis 과정에서 발생하는 tumor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angiogenesis등의 tumor microenvironment 의 변화가 생기는데 복강내 mucin은 혈관생성도 없이 도대체 어디서 영양분을 받아서 stemness한 특징을 지니는지도 궁금했고, appendix에서 터져 나온 mucin 상태와 복막가성점액종이 된 상태에서의 세포의 특성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의문점도 생겼고,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appendix의 mucin hyperplasia를 일으키는 더 근본적인 genetic level에 관여하는 부분이 어디이길래 mucin이 복강내에서 계속 증식을 하는가 등등 궁금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수술방에서는 충수에서 점액이 터진 상태로 mucin이 복강내 가득찬 형태의 결과를 마주하기 때문에 처음 정상조직의 순간부터 mucin이 형성되며 과증식 되다가 터져 나와 복막가성점액종이 되는 과정을 볼 수 없어 본 질병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을 환자유래 오가노이드 연구로 구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분야 전문가이신 KAIST 이지민 교수님과 KIST 김지훈 박사님 연구팀과 함께 중개연구팀을 구성하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이 있는 날 아침을 든든히 먹고 수술 중 나온 검체를 담을 용기와 유전체 분석에 쓸 검체 용기 등 여러 박스를 챙겨 수술방에 들어가서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연구 검체를 챙기는 과정이 아직도 참 불편하고 힘든 거 보면 외과의사가 중개연구를 한다는 게 참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의정사태 등 어려운 시간 가운데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고, 계속 오가노이드가 형성이 어려운 것 같다는 결과만 반복되던 시기, 그동안 도와주던 연구원 마저 건강문제로 사직을 해서 이제 연구를 그만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연구실에서 홀로 남아 훌쩍이던 그 무렵 그동안 실패를 거듭해오던 오가노이드가 드디어 자라는 것 같다는 연구진의 연락이 왔고, mucin이 터지는 것을 확인하며 연구실에서 기뻐서 동동거리며 만세를 외치며 짜릿한 순간을 맛보았던 시간도 꿈만 같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복강내 항암제 개발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해왔지만 약제만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질병을 탐구해서 이 질병의 어떤 부분 때문에 발병이 되는가를 알고 그 부분을 타겟하면 치료제 개발이 더 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개연구를 하며 공부의 어려움과 연구의 고단함은 둘째 치고 연구진 내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고민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저는 가끔씩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는 취미가 있는데 어느 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보며 갑자기 깨달았던게 있었습니다. 지휘자가 모든 악기를 연주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단원들을 하나로 모아 악보의 음표를 이해하고 곡의 방향을 이끄는 역할을 잘 하면 좋은 곡이 연주되고 각 단원은 각자의 악기에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개연구에서 외과의사의 역할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랑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ell culture, 유전체 분석까지 최신연구트렌드를 모두 파악하면서 하루종일 수술까지 하면서 전능하게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장항문외과 의사로써 중개연구에 임할 때는 이 질병에 대해 연구팀에서 임상적 필요한 부분이 무언가를 파악하고, 치료방향을 이끌고, 연구진들을 이해시키고 하나로 모아 각기 다른 언어로 얘기하는 부분을 알아들을 수 있게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공부하고,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하나의 goal을 향해 연구팀을 이끌고 꾸준히 연구를 지속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 ICRS 2025에서 학회에서 주신 best oral presentation 상은 이렇게 번뇌와 좌절을 반복하는 마음 약한 연구자에게 계속 열심히 정진하라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아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복막가성점액종 환자들이 큰 수술을 받지 않아도 완치를 할 수 있고 질병예방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좋은 연구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시간이 꼭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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