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이 중 의학 연구 또한 빠질 수 없는 분야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의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머신러닝 및 딥러닝이 화두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기고, 온갖 연구 분야에서 딥러닝이 적용되어 좋은 성과를 내었습니다. 이렇게 정형 데이터에서 인공지능 관련 연구들의 놀라운 성과가 나오는 것과 더불어, 비정형 데이터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영상 분석에 있어서 딥러닝은 뛰어난 성과를 보였으며, 병리 및 영상의학 쪽에서는 FDA 승인을 받은 솔루션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솔루션들은 현재 병리과 의사 및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판독을 돕고, 오류를 줄여주는 것으로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에 자연어 처리 분야는 최근까지 크게 두각을 보이지는 못하였습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기 위해 신경망을 훈련시키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상당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큰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째로는 인간의 언어의 모호성입니다. 인간의 언어는 문맥에 따라 단어나 구문이 여러 의미를 갖는 등 본질적으로 모호합니다. 이 모호성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구문 구조를 인식하고 단어와 구문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어에는 수많은 문법 규칙과 예외가 있으며, 이것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모호성은 문장이 길어질수록, 대화가 지속될수록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의 언어의 장기 종속성 문제입니다. 입력한 문구의 훨씬 이전의 문구를 기억하여 맥락을 파악해야 언어의 모호성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온갖 관용어와 비속어 처리입니다. 관용구, 구어체 및 은어는 개별 단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NLP 모델에 혼동을 줍니다. 또한 세계에는 수많은 언어와 방언이 있으며, 각각 독특한 구문, 어휘, 관용적인 표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을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지금까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더불어 다양성이 높아질수록 레이블이 지정된 데이터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인공지능의 언어 학습을 어렵게 해 왔습니다. 세 번째로 상식 추론 및 윤리적 문제입니다. 인공지능 모델이 기존의 학습 데이터를 넘어서는 추론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상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식에는 편견이나 윤리적 문제가 포함됩니다. 편향된 정치나 종교 성향을 학습하여 편향적인 추론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러한 문제 들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BERT와 GPT 같은 모델들은 강력한 성능을 보이며, 자연어 처리 분야를 이끌어 왔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발전과 함께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chatGPT를 위시한 GPT 3.5 이상은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며,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 삶으로 깊숙이 들어오게 되는 특이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GPT-4를 기반으로 하는 chatGPT가 위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대규모 트레이닝 데이터를 학습하여, 언어의 뉘앙스를 이해하고 일관성 있는 응답을 생성하는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이것을 미세조정 (fine-tuning) 하여 생성형 모델에 적합한 좋은 결과를 도출해 냅니다. 또한 attention mechanism을 이용하여 단어와 구문의 관계를 훨씬 더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아울러 전이 학습(transfer mechanism)을 통해 여러 종류의 작업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ChatGPT는 이미 의학을 포함한 여러 연구분야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올해 초 chatGPT가 공저자로 들어간 연구들이 우후죽순으로 제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교통정리로 Nature 와 Science에서는 chatGPT를 공저자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글을 쓸 시에는 이를 논문에 명시하도록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에세이를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작성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금지할 마땅한 방법은 현재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삶으로 깊게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으며, 나아가 더 잘 이용하여 글을 쓰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GPTZero라는 chatGPT로 쓴 글인지 판단하는 프로그램도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2020년 chatGPT가 나오기 전의 논문으로 실험을 해 보니 20건의 논문 중 11건이 인공지능에 의해 작성됐다고 판단하는 등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1] 실제로 생성형 AI가 쓴 글을 정확하게 구별해 내는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없으며, 발전하는 인공지능 속도를 고려할 때, 이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앞으로도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직 chatGPT가 나온 지 몇 개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쟁은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chatGPT가 의학 연구에서 쓰일 부분은 무궁무진합니다. 일단 의학 연구는 문헌고찰에서 시작합니다. 매년 출간되는 의학문헌의 양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신 연구 결과를 항상 알고 있는 것은 한 분야의 전문가라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에 chatGPT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논문이나 웹 사이트를 요약해 주는 웹 사이트는 여러 곳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upword.ai, summary.com, paper-digest.com이 있습니다.) 이들 각각의 site 들도 고유한 장점이 있으며, 놀라운 성능을 보여줍니다. 요약 전문 웹사이트는 아니지만, chatGPT도 훌륭한 요약 능력을 보여 줍니다. 2023년 4월 현재는 8000 토큰 (대략 단어 하나당 토큰 한 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까지 Prompt에 입력 가능합니다. 논문 전체를 입력하는 것은 어렵지만 관심있는 부분만 입력하는 것에는 충분합니다. 입력한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요약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추론을 하는 것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토큰의 양도 추후 늘어날 예정이므로, 문헌 정리에 사용되는 부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openAI는 다른 프로그램 내에서도 chatGPT를 이용할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의학 정보 정리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병리나 영상의학과 판독지 같은 결과지를 chatGPT의 prompt에 입력 후 테이블로 정리를 명령하면, 매우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API를 통하면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해석하는 이러한 능력은, 연구자가 분석 가능한 많은 정보로 넘쳐나는 빅 데이터 시대에 특히 유용합니다. 더불어 프로그램 자체를 만드는 일에도 chatGPT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데이터 정리 및 분석 과정에서 R 및 Python으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이용합니다. chatGPT는 인간의 언어뿐만 아니라, 컴퓨터 언어에도 탁월한 능력을 선보입니다. 간단한 통계 프로그래밍부터, 프로그램의 디버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이후의 글 작성에 있어서 chatGPT의 유용성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점은 ‘chatGPT는 검색엔진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GPT-4로 넘어오면서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있지 않은 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hallucination 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큰 문제점입니다. 문헌 검색을 해 보면 실재하지 않는 DOI를 거짓으로 생성해서 보여주기도 하며, 저자나, 연도를 틀리게 보여주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반드시 연구자는 진실 여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단점을 명확히 알고 이용한다면, 글을 쓰는 것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brainstorming 도구로서는 너무 훌륭합니다. 또한 전체적인 개요를 작성하거나, 글을 쓰기 시작하기 위한 초안 작성용으로도 매우 훌륭하게 이용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논문 작성 스텝에서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예시는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 많이 나와 있어서, 언제든지 참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종홍 ETRI 책임연구원님의 github 글 (https://github.com/hollobit/ResearchChatGPT)은 실제적인 chatGPT prompt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추천하는 바입니다.[2] 

논문 작성 후 영어 교정에도 탁월한 성능을 보여 줍니다. 특히 뉘앙스까지 설명하며 교정해 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의대생 및 전문가를 위한 교육 도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복잡한 의학 주제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과정을 지원하고 의학의 복잡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도울 수 있습니다. 

최근 공학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ACS nano에서는 논문 작성에 있어서 AI 사용에 대한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3] 새로운 아이디어 제공이나, 날카로운 비평을 하기 어려운 AI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AI를 사용하며, AI는 연구자로서의 책임이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AI를 사용한다면, 사용 여부를 논문에서 밝히고, 필요하면 보조 자료로써 사용하였던 prompt까지 제시할 것을 권고합니다. 과학은 명예 시스템 (honor system)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윤리적으로 정확한 부분에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chatGPT가 연구자의 창의성과 깊은 사고력을 억누르지 않도록 주의해서 사용하라고 권고합니다. 의학 연구 논문인 eBiomedicine에서는 더욱 강력한 AI 이용의 윤리 체계 주축을 촉구합니다. [4] 이는 앞으로도 큰 화두로 떠오를 것이며 많은 국제 규제 기관에서 개선책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chatGPT로부터 촉발되는 인공지능은 비단 의학 연구 분야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NEJM에는 최근 AI chatbot에 대한 스페셜 레포트를 발표하였습니다. [5] 의료 서비스 및 의료 연구분야 모두에 AI chatbot이 이용될 것이며 강력한 장점과 한계를 현재는 명확히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 및 환자 모두 chatbot의 이용 빈도는 증가할 것이며, 선하게만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사용한다면, 큰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인공지능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습니다. 큰 변화의 길목에서 신중하게 이 강력한 도구를 사용한다면, 이는 의학 연구자와, 임상 의사 모두에게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 줄 것입니다.  

1. Gonzales, J., GPTZero Case Study (Exploring False Positives), in Gonzo Knows. 2023.

2. Jeon, J. ResearchChatGPT. Available from: https://github.com/hollobit/ResearchChatGPT.

3. Buriak, J.M., et al., Best Practices for Using AI When Writing Scientific Manuscripts: Caution, Care, and Consideration: Creative Science Depends on It. 2023, ACS Publications.

4. Harrer, S., Attention is not all you need: the complicated case of ethically using large language models in healthcare and medicine. EBioMedicine, 2023. 90: p. 104512.

5. Lee, P., S. Bubeck, and J. Petro, Benefits, Limits, and Risks of GPT-4 as an AI Chatbot for Medicine. N Engl J Med, 2023. 388(13): p. 1233-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