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는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그리고 인공지능이 핵심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이런 기술의 발전과 환자/시민의 참여는 문화의 진화를 이루어갈 것이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과 버추얼 헬스케어의 혁신을 크게 앞당기며, 글로벌 헬스케어의 파라다임을 바꾸고 있다. Universal Health Coverage는 개인이나 사회가 재정적인 어려움 없이 좋은 수준의 헬스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나,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에 많은 격차가 있다. 가상의 공유공간을 의미하는 메타버스는 이러한 의료 불균형을 개선할 아주 좋은 솔루션이라 생각한다.

현실과 소통하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는 5G 상용화와 바이러스 판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이 한 단계 더 진화하며, 아바타를 활용한 활동을 넘어서서 현실과 유사한 사회문화적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가상세계와 인터넷 기능을 활용하여 포괄적인 가상의 공유 공간을 제공하기에 증강현실과는 차별화된다. 지속 가능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3차원 가상공간으로 연결된 포괄적인 공유공간으로 인지되는 새로운 개념의 진화된 인터넷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 보고에 따르면 2030년 메타버스는 1,700조원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진화된 인터넷, 새로운 사회의 중심인 ‘새로운 우주’가 되리라 예상한다.

병원을 경영하면서 임상적 수월성 확보, 효과적인 의료인 교육, 환자 안전 및 고객만족을 병원의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하며 개선 방법을 늘 고심해 왔다. 상급병원의 의료는 상대적으로 폐쇄된 공간에서 전문가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환자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없는가를 매우 세심하게 검토하기에 첨단 개념의 기술 도입이 매우 어렵다. 또한, 일반 사회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술도 상대적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우며, 의료 현장에서는 의외로 유용성이 낮은 경우도 있다. 진료 현장에 처음으로 인공지능의 적용을 시도한 IBM의 닥터 왓슨의 기술력은 일반 인공지능으로의 기능은 충분히 우수하나, 의료 전문가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서 반쪽의 성공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IBM의 시행착오는 후속 연구개발에 많은 가르침을 주어, 인공지능이 의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으로 소프트랜딩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판독 서비스 기업들도 아직은 직접 진료보다는 진료를 보조하는 쪽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고 있다. 가상현실, 확장현실, 메타버스 등도 최근 의료계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이 역시 의료 현장 진입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마침 정부와 관련 기업 등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고 연구비 규모도 확대되고 있기에, 의료계의 미충족수요와 첨단기술을 함께 이해하며 연구개발 해나간다면 글로벌 헬스케어 메타버스 시장의 선점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병원이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전산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병원을 지칭하였으나, 현재 우리나라와 대부분의 선진국은 일차의료기관급까지 의료정보 전산화가 갖추어져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하루가 무섭게 변하고 있으며, 고객의 지식수준과 눈높이도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있다. 필자는 ‘가용한 각종 기술을 동원하여 clinical excellency, medical education, patient safety, customer satisfaction 측면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병원의 가치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병원’이 스마트한 병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 확장현실 기술은 통상 사용해온 정보통신기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의료현장의 니즈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첨단기술의 의료현장 도입은 다양한 상황을 대해야 하는 대형병원부터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아직까지 많은 병원 경영자나 의료인들은 확장현실 등의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술분야 전문가들은 병원의 문턱이 높아서 접근할 시도조차 하기가 어렵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으로 만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가상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인들과 병원도 이 분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이 ‘Top 10 Medical Innovations for 2019’에 Virtual Reality/Mixed reality를 선정하는 등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감염 문제, 접근성, 글로벌 불균형 등 다양한 문제를 가상환경을 통하여 개선해 나갔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이 분야의 발전을 크게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었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은 데이터 기술, 네트워크, 인공지능 및 확장현실 등 소위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융합된 형태이며, immersion, interaction, imagination, intelligence로 경험 가치를 전달하며, 이를 통하여 인간과 사물, 시간, 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우주의 설계가 가능하다. 사람은 자신과 같은 모습, 혹은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자신의 메타 휴먼을 만들 수 있으며, 현 공간의 복제나 새로운 공간의 창조, 실제 과거 혹은 재창조된 과거 및 예측하는 미래 탐색도 가능하다. 시간, 공간, 사물의 제한이 없어지는 메타버스 환경이 구현되며, 의료나 헬스케어 영역에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많은 부분을 메타버스 개념 속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특히 확장현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도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작금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병원 현장의 어려움을 예를 들어 보겠다. 당장 대학병원들은 학생임상실습, 심폐소생술교육, 신입간호사 실무교육, 등 화상미팅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교수들은 해외학술대회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학회에서 강의를 하거나 새로운 학술 성과를 공유하게 되었다. 복잡한 의학 학술대회가 2차원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지식의 전달에 상당한 제한을 느끼게 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한 전문적인 네트워킹이라는 학술대회의 또 다른 가치 확보가 불가해졌다. 이러한 부분들은 당장 진료와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이나 사실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기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교육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물색하게 되었다. 그러나 효과가 반감되지만 온라인 미팅은 접속의 편의성, 글로벌 트레블에 따른 시간과 비용 절감이라는 다른 잠재적 장점도 부각되면서 장단점을 고려한 새로운 솔루션을 찾게 되었다. 확장현실 기술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해결하는 핵심기술로 이해되면서 병원에서도 자연히 확장현실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사실 위에 예를 든 문제점들은 예전부터 존재하였으나, 당장 힘든 부분이 아니고 신기술 도입에 따른 구성원들의 거부감과 예산 문제 등으로 무관심하고 방치하고 있었던 경향이 크다.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서 시작하는 시도는 또 다른 가능성을 들여다보게 되어, 기존의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진다. 병원과 고객, 의사와 환자라는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던 경계도 자연스레 허물어져 갈 것이며, 의료 영역도 메타버스 개념의 도입으로 국가간 경계가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오리라 생각한다. 검사의 결과가 수치나 영상으로 나타나고 투약이나 수술로 치료하는 일반적인 진료 영역보다, 멘탈 헬스나 재활 영역이 확장현실 기술이 우선 적용될 부분이다. 완만히 시도되던 디지털치료제 개발의 경우도 자연스럽게 연구개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환자안전이나 고객만족 부분에도 가상현실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될 것이며, 학생이나 초급 의료진들을 위한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술기 교육, 임상 견학 실습, 의학 학술대회, 원격진료 등에도 그 활용의 폭이 매우 증가하리라 예상한다. 이러한 확장현실을 활용한 각종 교육이나 진료의 또 다른 장점은 디지털화된 데이터 생성이 용이하다는 점이고, 이를 활용하여 교육방법이나 치료방법의 개선에 바로 활용이 가능하며 개개인 맞춤 솔루션 제공이 용이해진다.

필자는 여러 계기로 임상 의사로는 비교적 일찍 확장현실의 개념을 접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있다. 임상 곳곳에 이러한 첨단기술을 활용할 부분이 눈에 보이고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회사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필자가 느끼고 몇 가지 개선을 바라는 부분을 공유하고자 한다. 헬스케어 분야를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의 벤쳐기업들은 전문 의료진의 제대로 된 자문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 인식과 제품을 기획하는 초기 과정부터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의 자문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임상적 검증을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관심도 아직은 상당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연구개발은 사업화로 이어지면서 그 가치를 확산시킨다. 의료 현장의 니즈가 전문가들의 융합연구개발로 방향으로 잡아가고, 이 성과가 사업화 되어 의료 현장에 적용될 때 비로소 이 일련의 과정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가치를 창출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의료인과 병원이 먼저 전향적으로 문을 열어 기업과 협업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헬스케어 분야의 생태계가 만들어 지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톱 레벨의 ICT 전문인력과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의료와 융합한 연구개발 및 산업화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도 많은 규모의 연구 예산을 반영하고 있으나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한 샌드박스 역시 현장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지금과 같은 첨단기술이 개발되기 오래 전에 만들어진 교육 인증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신속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며, 디지털치료제의 인허가 및 신기술 인정 등 실제 임상 도입을 위한 임상시험과 검증 전문가 양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게 적용하기에 철저히 검증하고 또 확인해야겠지만, 잠재적인 위험성이 낮은 확장현실 기술을 활용한 교육과 임상 적용은 그에 맞게 인허가의 과정도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시간은 곧 경쟁력이다. 의료계, 산업계,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의 발전은 헬스케어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미래 의료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헬스케어에 대한 메타버스적 도전은 ‘Surprising Future’ 즉, 놀라운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