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77
EISSN 2384-2776 2025 SPRING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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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의료-정부 갈등에 대한 필수의료의 중심,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의견서

이사장
강성범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대한민국 건국이래 의료계 최대 혼란입니다. 2020년 초 코비드-19판데믹이 끝나 가는구나 하고 안심하던 차에, 대통령과 정부가 의대증원 2000명을 밀어 붙이면서 세계 최고라던 대한민국 의료의 근본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최근 터져 나오는 필수의료의 위기는 다름 아닌, 장폐색, 장천공 등의 복부 응급수술을 담당하여, 전체 병원 응급수술의 50%를 담당하는 필수의료의 중심, 대한대장항문학회 회원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원치 않는 결과가 발생하면 소송 당하는 일로 인해, 젊은이들이 대장항문외과 분과를 기피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일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최근GDP대비 경상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7.6%이던 것이 2022년 9.7%까지 가파르게 증가하여 OECD 평균 9.4%를 넘었으며, 2024년 11%, 2027 14%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 설계된 실손보험과 필요없는 비급여 진료의 증가와 관련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젊은이들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과를 기피하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개원가 시장과 수도권 지역으로 빠져 나가면서, 필수의료 지방의료 위기가 벌어졌습니다. 

 

현재의 의료문제는 누적된 정부 정책의 실패와 OECD 대비 적은 국가재정 부담과 관련 있습니다. 원가 70% 정도의 저수가로 설계한 1977년 건강보험제도, 1998년 DJ 정부에서의 진료권 개념 의료전달체계 폐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실손보험 이용을 확대하는 정책 등 일단 표만 얻으면 된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14% 정도의 국고지원을 통해 국가가 모든 수가를 통제하고 요양기관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료비 국가재정 부담비율도 OECD 평균이 7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8%, 미국도 44%임을 생각하면, 국민건강에 대한 국가책임을 정부는 개인과 민간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전체 의료의 6% 정도만 공공병원이 담당하여, 민간의료 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 23% 일본 18% 보다도 낮은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잘못된 정치는 국민들의 잘못된 의료이용 행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와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경증인 환자들도 대학병원으로 몰리고,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실은 빈자리가 없고, 지방 환자들은 수도권으로 몰려 지방병원에는 환자가 급격히 감소하였습니다. 

 

의사들도 잘못된 의료정책에 길들여 졌습니다. 의사들은 피부미용처럼 상대적으로 쉽고 위험성은 적지만 수가가 높은 영역을 선호하고, 필수의료와 같이 어렵고 위험성이 많아 소송위험이 많고 수가가 낮은 영역은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대표조직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의료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잘못된 행태는 자정해야 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환자 중심의 바른 의료를 만들어 가야 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가장 노력하고 믿을 수 있는 조직이 의사라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의사조직의 노력은 너무나도 부족했고, 의료개혁을 위한 핵심세력이라는 말이 무색하였습니다. 

 

가장 많은 응급수술을 하고,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의 중심, 대장항문외과 의사가 된다는 것은 가장 축복받고 자랑스러운 것이 마땅한 일일 것입니다. 정부는 올바른 의료의 철학과 가치를 구현하여, 젊은이들이 대장항문외과와 같은 필수의료에 앞다투어 투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 의료수가를 적정하게 보상해야 합니다. 요양기관을 강제로 지정하는 의료제도를 계속 존속하려면, 원가의 60-70%에 머물고 있는 보험수가를 원가의 100%는 되도록 수정해야 합니다. 대학은 물론 대장항문 개원가의 수가를 현실화하고, 중증응급 항문수술에 대한 보상을 파격적으로 인상해야 합니다. 개원가의 생존 없이는 대장항문분과 전임의의 지속적인 배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근거가 약하고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는 학회에서 자정하고 중립적 기구에 의해 관리되어야 합니다. 현재 필수의료 진료과의 기피현상, 대학교수의 개원가 유출, 초중고 학생의 망국적인 의대 쏠림, 실손보험 제도의 존립 위험에는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의 방임이 있습니다. 셋째, 최근 소장폐색 환자에서 보존적 치료를 한 외과의사가 수술지연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어 업무상 과실치상의 죄로 실형이 확정되었고, 심지어 항문 출혈로 내원한 환자의 사망사건에 대해 외과의사가 법정 구속되어 의료행위의 불가피한 결과에 대해 사법부의 과도한 형벌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환자를 위해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기보다 방어진료를 하게 되고, 어렵고 위험한 수술은 기피하게 됩니다. 최근 심장이나 폐, 신장질환 등의 문제를 갖는 고령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사망 사고가 나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 부담에서 벗어나 의학적 판단을 기준으로 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합니다. 

 

우리 대한대장항문학회 또한, 의사로서의 소명에 최선을 다하고, 우리 후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 조직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의료개혁의 주체가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세계최고라는 대한민국 의료는 더욱 더 발전해야 하며, 의료의 기본적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 대한대장항문외과의 소명은 지켜져야 합니다. 

 

2024년 4월 5일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강성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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