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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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수기(2) Florida Hospital Orlando

 

 

국립암센터
박성찬




 

오늘도 내 핸드폰에 구글 포토 알림이 떴다.
『2년 전 오늘』
알림을 누르면 펼쳐지는, 뜨거운 햇살에 까무잡잡하게 변했던 얼굴들과 파란 하늘
맞아, 그랬었지… 하며 씩 웃는다.”

 


3개월간 네덜란드 AMC에서의 연수를 마치고 잠시 한국에 귀국했다. 짐을 풀기가 무섭게 1년간의 미국 연수를 위한 짐을 다시 싸야 했다. 3개월간의 연수 준비는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던 것에 비해, 1년간의 연수 준비는 이사를 준비하는 기분과 같았다. 그만큼 준비할 것도 많았고, 마음도 무거웠다.


[출국 전 짐들]



OCC (Orlando Colorectal Congress)


Florida hospital, Orlando에 방문을 하게 된 것은, 매년 이 병원에서 개최하는 OCC에 참가하면서부터였다. 주로 미국의 colorectal surgeon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세션으로, robot 수술과 taTME 수술에 대해 강의를 듣고 직접 cadaver dissection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1,500달러라는 비싼 등록비에도 불구하고 매년 학회장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2019 OCC 프로그램]


나는 taTME course를 참석하기 위해 OCC에 참석을 했었고, 이때가 인연이 되어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나의 연수 주제가 taTME였고, 한국에서도 taTME 연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병원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연수를 가게 되었다.

 

Florida Hospital Orlando


Florida hospital은 Orlando 다운타운에 있는 약 2,200 bed의 대형 병원이다. 최근에 제 7 안식교 재단에 인수가 되면서 AdventHealth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병원에 외국인이 연수를 오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출입증 발급부터 수술장 출입까지 제한이 많았다. 출입증을 발급받는 데만 2달이 넘게 걸렸으며, 출입증을 발급받은 이후에도 수술장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매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수술장에 들어가는 일보다는, 매달 개최되는 cadaver workshop을 준비하고 tutoring 하는 업무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병원에는 병원 내에도 cadaver 실험을 할 수 있는 실험실이 있어서, 매달 taTME 교육과정을 개최하고 있었고, 외부에서 10명 내외의 인원이 신청하여 참석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병원 외부에는 Adventhealth Nicholson Center라는 training center가 있어서 매년 2박 3일 과정의 robot & taTME workshop 이 개최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training program 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참가자의 needs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러한 needs가 곧 향후의 연구 주제가 되는 한편, 한국에서의 training program의 개발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에 귀국한 후 2020년 11월, 서울 성모병원에서 taTME 에 관한 소규모 cadaver workshop을 개최할 수 있었고, 이 자리에 taTME에서 관찰되는 해부학적 구조 및 beyond TME plane 등에 대한 논의와 실습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taTME cadaver dissection]


자연과 함께였던 미국의 일상, 그리고 골프


미국 연수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일은 1년간 지낼 집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미국 연수 기간 중에는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생활하리라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구글 지도를 띄워 놓고 초록이 우거진 주변 주택 단지들을 뒤져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골프 코스 안에 있는 아파트 단지를 보게 되었고, 가끔 와이프와 골프를 즐기던 나로서는 이보다 좋은 곳을 찾기는 힘들었다.

 

 

[미국에서 머물렀던 집]


집이 골프장에 있어서 좋은 점은 참 많았다. 날마다 채 하나를 들고 공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나가 천연잔디 연습장에서 연습을 할 수 있었으니,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이 아닐까 한다. 나도 거의 매일 저녁 식사 후에는 아들과 함께 집 앞에 나가 한두시간 정도 연습을 하다가 들어오곤 했다. 이때가 내 인생 통틀어서 골프 실력이 가장 좋았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아침마다 잠을 깨우는 것은 진한 풀냄새였다.
“평생 맡아본 풀냄새를 다 합친 것만큼 진한 냄새는
매일 아침 골프장의 잔디 깎는 트랙터가 깎아내는 잔디에서 뿜어 나는 냄새다.”
트랙터의 소음에도 짜증이 나지 않는 것은, 이 향기가 소음보다 진했기 때문이다.”

 


놀이공원의 도시


Orlando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놀이공원이다. 많이 알려진 Disney World, Universal Studio, Sea World 외에도 크고 작은 놀이공원들이 많다. 이곳의 많은 놀이공원을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도 힘들겠지만, 그중에서 Disney World 하나만을 얘기하는 것도 지면이 부족할 것이다.

 

Disney Land는 세계 각국에 여러 개가 있지만, Disney World는 이곳 Orlando에만 있다. 왜 Disney World 라 하는지는 그 규모를 보면 이해가 된다. Magic Kingdom, Animal Kingdom, Epcot, Hollywood Studio 4개의 테마파크와 Typoon Lagoon 및 Blizzard Beach 2개의 워터파크를 합쳐서 하나의 Disney World가 되는데 그 면적이 123km2 일 정도로 넓고, 각각의 테마파크의 규모가 다른 웬만한 Disney Land 전체만큼이나 크다. 우리 가족은 미국에 가자마자 Disney World, Universal Studio를 포함한 여러 놀이공원의 연간회원권을 구매했고, 나중에는 집 앞 근린공원 가듯이 다녀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가기 전에는 미키마우스도 몰랐던 아이가, 한국에 올 때는 Avengers 등장인물들을 모두 꿰게 되었다.


 

“Universal Studio에는 해리포터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파는 마법 지팡이를 특정 장소에서 주문을 외치며 휘두르면
물건이 저절로 움직이거나 하늘에서 비가 내리거나 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마법 지팡이를 한국에 가지고 오면, 대개는 그 용도가 바뀌게 된다.
슬프게도, 미국에서는 마법의 지팡이였는데 한국에서는 회초리로 바뀌고 마는 것이다.

 


[디즈니 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역대급 허리케인이 상륙하는 날, 디즈니월드 간 썰


카리브해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수많은 허리케인이 형성되고 사라지곤 한다. 몇 년에 한 번씩은 이 중 소멸하지 않은 것들이 플로리다반도에 상륙을 하여 크고 작은 피해를 주게 된다. 내가 플로리다에 있었던 2019년에는 그 이름부터 무서운 “도리안(Dorian)”이라는 역대급 태풍이 플로리다주를 강타했다. 도리안은 당시 최고 풍속 295km/hr를 기록하며, 1935년에 기록된 "Labor Day"와 함께 가장 강력했던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태풍의 등급은 총 5단계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category 5 초강력 태풍의 기준이 최고 풍속 194km/hr 이상이니, 도리안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된 2003년 “매미”의 순간 최대풍속은 216km/hr였다.


태풍의 위력이 이 정도다 보니, 태풍에 대비하는 것도 우리나라와는 아주 달랐다. 일단 Walmart와 Costco에는 새벽부터 대기하는 줄이 생겼고, 마실 물과 빵, 휴지 등의 생필품들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주유소마다 기름이 다 떨어져 기름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미국에서는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나무가 쓰러지고, 길이 끊어지면서 수도와 전기도 끊기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물도 전기도 없이 며칠씩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만반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상황으로 인해 멘붕이 와 있던 차에, 플로리다주의 내륙 지방을 관통하여 지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도리안은 공해상에서 반나절 정도 진행 속도가 늦어지더니, 다행히 동쪽 해안을 훑고 빠져나가는 경로로 그 방향을 바꾸었다. 그 때문에 Bahama와 Miami 지역에는 큰 피해가 있었지만, 내륙에 위치한 Orlando에는 다행히 별 피해가 없었다.


 

[허리케인 재난 방송]


태풍이 진로를 바꾸는 것을 보며 우리는 안도를 했고, 관광객이 모두 빠져나간 이때가 바로 디즈니월드를 맘껏 즐길 기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비와 바람은 꽤 있었지만, 항상 3~4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인기 있는 놀이 기구들을 대기 없이 바로바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오랜만에 한국인다운 기질을 발휘하게 되었고, 온종일 디즈니 월드를 바쁘게 누비고 다니며 본전을 뽑을 수 있었다.


 

“내일은 할 일도 없는데,
디즈니월드나 갔다 올까?
믿거나 말거나, 내가 실제로 했던 말이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 – 호텔 같았던 응급실 이용 후기


어느 날 오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예상치 못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유치원 내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졌는데, 팔이 붓고 아프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유치원에 가 보니 아이는 elbow를 다쳐서 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고, 자세히 보니 아프다고 하는 부위 주변이 부어 있었다. 아무래도 fracture가 의심되어 응급실이 있는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실에 들어서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말로만 듣던 미국의 비싼 치료비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한국에서 익숙했던 응급실 풍경과는 반대로, 입구부터 한산하고 여유로웠다. 여러 사람들이 우리를 데리고 응급실 내부로 모시고 들어갔고, 응급실 내부는 각각 따로 분리된 1인 병실로 되어 있었다. 검사 진행은 신속했다. 간호사가 와서 진찰하고, 전공의로 보이는 사람이 또 와서 진찰하고, 영상의학과 의사라는 사람이 또 와서 진찰하고… 의료진은 모두 친절하였고, 그들이 친절할수록 우리의 진료비 걱정은 커져만 갔다.


결국 아이는 humerus fracture가 진단되어 splint를 하게 되었고,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정형외과 전문의 진료를 예약해 주었다. 마침 그날이 금요일이어서,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에 진료를 예약하고 퇴원을 하였다. 카운터에 가니, 의료 보험 가입 여부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는 과정이 있었고, 이후 약 5,200불의 계산서를 받아 들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이 중 uninsured adjustment라고 하는 비보험자에 대한 치료비 감면 부분이 있었고, 일시불 납입에 대한 감면이 있어서 실제로는 1,200불 정도를 계산하고 나올 수 있었다.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치료비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몇 주에 걸쳐 procedure bill, radiology bill 등 여러 장의 청구서가 우편으로 오기 시작했고, 이것들을 다 합치니 추가로 1,000불 정도를 응급실 진료 비용으로 더 지불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humerus fracture로 인해 splint를 함으로써 총 6,878불의 비용이 청구되었으니 이 정도면 미국의 악명 높은 의료보험을 제대로 맛보고 왔다고 할 수 있겠다. 다행히 해외 장기 체류 보험에서 치료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었고, 해외 연수 시 필수로 가입하게 되어 있는 이 보험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응급실에서 먹었던, 매우 비싼 아이스크림]


귀국, 그리고 코로나의 시작


우리가 한국에 귀국한 날은 2020년 2월 18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월 19일부터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본격적인 코로나 판데믹이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알고 지냈던 교민들은 왜 하필 이럴 때 귀국을 했냐고 걱정해 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때 귀국하지 않았으면 더 큰 일을 겪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정말 아슬아슬하게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던 것이다.


연수 기간 중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K94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때가 너무 눈부셔서, 지금이 더 어둡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정말 너무 힘들 때는, 연수 기간의 추억을 마약성 진통제처럼 맞으며 버티곤 한다.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긴 수술 중에, 그때 그곳의 초원, 햇빛과 구름, 해변, 동화 속 나라 같았던 놀이공원, 아이가 울면서 안 내리겠다고 떼쓰던 크루즈 여행 등의 추억을 잠깐 맛보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힘이 솟곤 한다.


우리는 지금 너무도 힘들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지긋지긋한 코로나라는 장벽 앞에, 연수를 준비하던 많은 분들이 연수를 무기한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고 미안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의 글이 해외 연수기의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예전과 조금은 달라진 세상에서 펼쳐지는, 더욱 새롭고 멋진 해외 연수기들을 기대해 보며 두서없이 썼던 나의 짧은 연수기를 마친다.


 

[미국 연수 기간 중의 추억]




회차 분류명 제목 등록일자
62 해외연수기 해외 연수기(2) Florida Hospital Orlando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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