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2
EISSN 2384-2776 2026 SUMMER
대한대장항문학회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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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Medical Center, Amsterdam 해외 연수기

 

해외 연수기 (I)
Academic Medical Center, Amsterdam


국립암센터 박성찬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아침 출근길에 입을 옷을 고르다가 오랜만에 롱패딩을 꺼내 입었다. 무심코 손을 넣은 안 주머니에 빳빳한 종이가 만져졌다. 돈인가?

’19 02 Mar AMS → KEF’ (2019년 3월 2일 암스테르담 → 케플라비크) 비행기표다. 그렇구나. 그
이후로 이 옷을 입을 일이 없었구나…

출근길 새벽 5시 42분 일산행 첫 지하철에 몸을 실으며, 마음과 기억을 저 멀리 아이슬란드로 보낸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얼마나 많은 추억의 쪼가리가 문득 찾아와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줄까 기대하면서…”

 

 

나의 해외 연수는 남들과는 좀 다르게 시작했다.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기에 앞서 네덜란드에서 3개월간 연수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30일. 나와 아내, 그리고 이제 곧 다섯 살이 되는 아들은 연말연시 분위기로 한창 들떠 있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내렸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던 날… 희망찬 연수 생활, 시~작!]

 

 

암스테르담으로…

나와 암스테르담의 인연은 2018년 6월 영국 St. Mary’s Hospital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 기관에서는 Transanal Total Mesorectal Excision (TaTME)에 대한 1상 및 2상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3상 연구 결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마침 Dr. Jaap Bonjer가 주도하는 다기관 연구인 COLOR III trial 이 진행되고 있었고, 우리 병원도 이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런던에서 열리는 연구자 미팅을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 연구자 미팅에서 Dr. Jaap Bonjer 를 비롯하여 Dr. Antonio Lacy, Dr. Jurriaan Tuynman, 그리고 Dr. Roel Hompes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 병원에서는 COLOR III trial 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COLOR III 연구자 미팅]

그로부터 몇 달 후 마침 한국에 방문하게 된 Dr. Roel Hompes는 그의 일정 중 하루를 할애하여 우리 병원을 방문하였고, 향후 지속적인 collaboration 과 quality control 을 위해 우리 쪽에서도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당시 미국 Orlando 의 Florida hopital 과도 taTME 를 주제로 한 장기 연수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제안을 수락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연수 기간 동안 두 개의 기관을 방문하게 되었기 때문에 연수 준비 과정은 두 배로 복잡해졌다. 우선 네덜란드에서 3개월, 그리고 미국에서 1년 체류하는 것으로 계획하였고, 네덜란드는 최소한의 살림살이만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누가 강남 집값이 미쳤다고 했는가?

급하게 Airbnb 를 통해 가족이 머물 집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네덜란드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전혀 없었던 나는, 암스테르담의 집값을 보고 기가 막혔다. Airbnd 에서 검색되는 집들의 한 달 렌트비가 평균 1,100만원이 조금 넘었다. 월 렌트비가 500만원 정도 되는 집도 간간이 있었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수상 가옥 (수로에 정박해 놓은 배를 집처럼 사용하는 거주 형태) 같은 것들 뿐이었다.

나보다 먼저 연수를 갔다 온 선배가 예전에 했던 말이 있었다. 인생에 한번 뿐인 연수를 가서, 돈이 아깝다고 궁색하게 지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그 선배의 말을 여러 번 떠올린 후에야 우리 가족이 지낼만한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가 되어줬던 집]

현지에 도착해서 들은 바로는, 최근 몇 년사이 암스테르담의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근처 벨기에 등의 집값이 싼 나라로 이사를 나가서 암스테르담으로 출퇴근 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다른 생활 필수품들이나 과일, 야채, 식재료 등은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그래서 맛있는 고기와 과일, 치즈는 원없이 먹을 수 있었다.

 

 

우리와는 많이 달랐던 유럽의 의료 맛보기

Dr. Roel Hompes 가 근무하는 기관은 암스테르담에 있는 AMC (Academic Medical Center) 였다. 하지만 그의 이력에는 VUMC (Vrije University Medical Center)도 같이 검색되는데, 두 개의 기관은 차로 15분 거리정도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기관이나 마찬가지이다. AMC는 약 1,000 bed 규모의 병원으로 Dr. Willem Bemelman, Dr. Pieter Tanis, 그리고 Roel Hompes가 근무하고 있었고, VUMC는 약 750 bed 규모의 병원으로 Dr. Jaap Bonjer 와 Dr. Jurriaan Tuynman이 근무하고 있었다. VUMC 에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peritoneal seeding 과 관련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어서, cytoreductive surgery with HIPEC 증례가 있을 때는 이 병원으로 출근을 하였고, 나머지 대부분은 AMC에서 생활을 하였다.


[병원의 위치와 외관]

AMC는 참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는 건물(의 집합)이다. 4-5층의 건물들이 개별적인 블록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각 층마다 구름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고, 그러면서 하나의 공통된 천장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 들어가 있다 보면 외부와 격리된 하나의 작은 도시에 있는 느낌이다.


[병원 1층 전경 – 스타벅스, 식당, 슈퍼마켓 등이 모두 있다]

내가 연구실로 쓰던 방은 교수 연구실 입구에 있는, 3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방이었다. 덕분에 Hompes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빼놓지 않고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 내가 처음 분석을 시작한 주제는 taTME의 learning curve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병원에서 시행했던 taTME 자료 약 200 case를 Oxford의 Dr. Marta Penna 와 함께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MRI 기준에 따라 정의된 low rectal cancer 환자들 만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 (CONVERT trial) 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COLOR III trial 참여를 위한 여러 작업들을 현지에서 진행할 수 있었고, 필요한 작업들이 생길 때마다 속히 진행할 수도 있었다. 덕분에 작년부터는 우리 기관에서도 환자 등재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유리로 둘러싸인 연구실 내부]

연구 외에도 모든 수술 및 외래,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가 있었고, 우리나라나 미국과는 다른 결을 가진 유럽의 진료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물론 개별 환자의 진료에서도 우리와는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시스템의 차이였다.

네덜란드는 의료전달체계가 대단히 잘 구분되어 있었다. 주치의 제도를 운영하면서 1차 의료, 2차 의료 시스템이 잘 구분되어 있었고, 3차 의료기관은 최상급 기관으로서의 고유한 역할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내가 있었던 AMC나 VUMC는 모두 3차 의료기관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이미 여러 번의 재수술을 받은 환자나, 2차 병원에서 수술하기 어려운 advanced cancer 환자들 밖에 없었다. 또한 이 병원의 surgical oncologist 들은 모두 한 팀으로 진료를 하고 있었는데, 세 명의 surgeon들의 외래 진료가 모두 같은 날이고 수술하는 날도 같은 날이다. 각각 외래 진료를 하다가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어려운 환자가 생기면, 모든 surgeon 이 한 진료실에 모여 한 명의 환자를 놓고 그 자리에서 토론을 한다. 수술의 경우에도 담당 집도의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뀐다. 이들에게는 내 환자, 네 환자가 아니라 우리 팀의 환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모든 환자를 모든 의사가 잘 알고 있다.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수술 장면]

Dr. Roel Hompes 의 수술은 늘 정교했다. 미세한 조직 간의 차이를 인지하고 embryologic plane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그의 수술을 반복해서 옆에서 보다 보니, 언젠가부터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1년 후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이 느낌이 남아 있을까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다. 외과 의사의 본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연수 기간 중 배운 많은 새로운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MDT 컨퍼런스]

“예전에 음성다중 TV 라는 신박한 물건이 있었다. ‘음성다중’ 버튼을 누르면 음성이 한글로도 나왔다가 영어로도 나왔다가 하는 기능이었다.
컨퍼런스는 보통은 네덜란드어로 진행된다. 어설픈 독일어와 영어를 동원하면 극히 일부를 해석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못 알아듣는다. 하지만 나의 PI의 ‘Sorry, we have a guest’ 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음성다중’ 버튼이다.”

 

 


[Dr. Roel Hompes와 퇴근 후 맥주 한잔]

국경을 넘나드는 생활

네덜란드에 머무는 3개월간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한국에서 오고자 한다면 긴긴 비행 시간과 비싼 교통비, 까다로운 출입국 심사를 감수해야 하는 학회였겠지만, 유럽 교통의 허브인 암스테르담을 기점으로 생각하면, 대부분의 학회가 한두시간 거리의 부담 없는 학회였다.

EAES Winter Meeting (Sevilla, Spain), EMCCC (Lisbon, Portugal), Alpine Colorectal Meeting (Wengen, Switzerland)에 참석할 수 있었고, 학회기간 이외에 하루나 이틀을 더 머물면서 가족과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학회를 제외하더라도, 주말은 가능하면 네덜란드를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보내다 오곤 했다. 나라마다 특유한 북유럽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느 날은 와플을 먹으러 벨기에로 가기도 했고, 이번 주말에는 오로라가 잘 보일 것이라는 예보를 접하고는 아이슬란드로 떠나기도 했다.
“늘 하늘은 내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사실은, 하늘은 내 눈 높이의 지평선부터 시작된다. 지평선에 맞닿은 낮은 하늘로부터 시작되는 무수한 별들이 머리 위까지 빽빽하게 채우며 나를 감싸는 황량한 아이슬란드의 벌판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넓은 땅이 아닌, 작은 별 위에서 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연수 기간 중의 추억]

유럽에서의 연수는 분명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의 부족 때문일 것이다. 네덜란드 연수기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직접 경험하며 깨달을 수밖에 없었지만, 시행 착오와 완전히 새로운 문화의 충격, 그 모든 것들도 연수 기간 중 느껴볼 수 있는 재미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암스테르담에서는 타부(taboo)가 피부에 닿을 듯 늘 가까이 있다.
피자 가게 옆의 대마초 가게, 유모차를 밀면서 산책을 즐기다 어느새 들어서게 되는 홍등가…
그렇기 때문에 남겨두거나, 묻어두고 떠나야 할 것이 많은 도시이다.”
Dr. Hompes 는 미국에 연수를 도대체 왜 가냐는 말투로 나에게 얘기했다. “암스테르담에 워낙 볼거리도 많고, 주변에 여행 다닐 곳도 많은데, 플로리다에는 디즈니 월드 하나밖에 없지 않아?”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니 디즈니 월드는 하나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기대 이상의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다음 편 Florida Hospital Orlando에서 계속)




 

회차 분류명 제목 등록일자
60 해외연수기 Academic Medical Center, Amsterdam 해외 연수기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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